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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비다 이스나미르 왕국의 대부분을 이루는 민족으로 아주 오랜 과거에 이스나에드라니아라스와 피가 섞여서 내려오며 이 때문에 현재에 이르기까지 외부 종족과의 혼혈은 금기시되는 편이다. 엘라비다는 그 수효가 워낙 많고 오랫동안 발전한 탓에 그 성격이 많이 희석되어 특별한 민족성 이라고 할 만한 특징이 많지 않은 편이다. 각각의 개성이 다양하고 가장 일반적인 의미의 인간에 가깝다고 할 만한 이들은 과거로부터 음율과 시에 능숙하며 정신적 감응력과 의지를 현실화하는 힘이 뛰어나 마법력의 수련에 적합하다고 알려져 왔다. 모험과 여행을 즐겨서 상당히 먼 곳까지 발길이 닿은 종족이기도 하다. 왕족에서 평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종족이나 의외로 의식이나 예법 같은 것은 별로 발달하지 않은 편이라 왕족이라 해도 쉽게 평민과 친교를 맺으며 대부분 온화하고 선량하여 다른 종족들과도 쉽게 친해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생명의 무녀 듀나리온은 이들 민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브릴 세르무즈와 로존디아의 두 나라로 갈려져 살아가고 있는 민족으로 엘라비다와 함께 대륙에서 가장 많은 수효의 인간족이다. 엘라비다보다는 평균 신장이 크고 약간 위로 치켜든 눈꼬리가 특 징이며 유난히 은빛 머리카락이 많다. 강인하고 억센 팔다리로 호전적이고 강인한 전사 체질의 민족이다. 마브릴의 민족성은 두려움을 모르고 남을 잘 신뢰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차갑고 잔인한 성격이라 쓸데없는데 마음이 휩쓸리는 경우도 드물고 죽음이라는 것에 무신경한 편이다. 한 번 마음을 준 사람에게는 끝까지 신의를 지키거나 충성한다는 것도 또한 이들 민족의 특징 중 하나이다. 배신이나 배반이라는 말은 이들과 거리가 먼 단어이다. 남녀 구별없이 이들은 타고난 전사들이라 전투에서 지는 것을 매우 치욕으로 느낀다. 두 개의 왕국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이들 의 투쟁을 좋아하는 성격 탓이 아닐는지. 이 두 왕국은 공식적으로는 서로를 다른 종족의 나라보 다 더 비방하고 있지만 전면을 보고 있던 자의 입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인루주로 변장하고 있는 태웅이었다.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굳이 해야하는가 상대는 동창제독인데. 태웅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살인루를 이번 일에 끌어들일 결심을 한 것은 마도련으로 들어가기 전 없앴던 사접死蝶때문이었다. 그들이 아직 야혼에 대한 청부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살인루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짐작대로 야혼의 목을 청부한 사람은 남천악이었다. 그때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살인루주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의 거처를 확인했다. 그리고 살인루주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농약과 뼈까지 녹이는 화골산이라는 독이었다. 그리고 남천악으로 변장은 야혼은 청부를 했다. 동창제독을 직접 암살하는 것도 아니고 병사들을 유인해주는 대가로 우리가 받는 돈은 50만 냥입니다. 더구나 하오밀문 문주 암살 건에 대해선 불문에 붙이겠다고 했습니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면. 복면 속에서 태웅은 빙그레 웃었다. 사실 이번 일의 관건은 살객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창제독을 공격하는 일이 아닌가. 해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동창제독을 직접 암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50만 냥이라는 거금. 다소 난항을 예상했던 청부 건은 5사객으로 인하여 쉽사리 해결되었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건 야혼에 대한 청부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있지만 전쟁이 끝나면 살인루의 존재 자체가 불투명해진다는 사실이 더 크게 작용했다. 50만 냥은 모험을 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화살은 시위를 떠났습니다. 성공만 생각하십시오. 알았다. 가서 자리를 지켜라 존명 고개를 숙인 귀살은 어둠 속으로 스르르 몸을 숨겼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프롤로그. 아아.죽기 싫어..싫어. 싫어..제발......살고 싶어..이렇게...죽기 싫어...싫..어....... 숨이 콱콱 막혀온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둠속을 빠져나갈수가 없다. 괴롭다.숨이 막혀온다....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싫어..이렇게...죽기는..................... . . . 톡 톡 톡 흐으음. 가느다란 미성이 흘러나오고. 뺨위로 느껴지는 차가움에 무거운 눈커플을 천천히 끌어당긴다. 흐릿한 시야가 점점 또렷해지고. 정신이 돌아온다. 벌떡 몸을 일으킨 지수는 고개를 흔들어 아득해지려는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분명. 피서를 갔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짜증을 곱씹다가 뛰어든 바다. 바다는 그 무엇보다 깨끗했고, 차가웠다. 온몸을 감싸는 그 무어라 형용할수 없는 느낌에 조금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던게 화근이였다. 무언가 알수 없는. 거부할수 없는 힘에 밑으로 한없이 끌려갔다. 마치 물귀신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잡아 당기는 것 같은 느낌..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는 느낌에 지수는 몸서리치며 상체를 일으켰다. 윽..... 몸을 일으키자 뻣뻣히 굳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가느다란 신음이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온다. 지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울창한 숲. 이상하게도 자신이 정신을 잃은 곳은 바다였지만. 지수가 지금있는 곳은 숲이였다. 침엽수가 울창한 숲.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들려오고.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하고 생각이 들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이다. 이상했다. 너무나도 이상했다. 분명 지수는 물에 빠졌다. 그렇다면 병원에 있거나 바닷가에 누워 있어야 하는것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아무도 없는 숲에서.. 지수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분명 깨어나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어야할 가족들이 있어야 했다. 또 자신을 구해준 은인도 있어야하는게 정상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였다. 아무도 있지 않았다. 그저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새소리와. 나무잎과 부딛쳐 스스스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바람 뿐. ..여긴 어디지. 입을 열자 맑고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라.. 이상함을 느낀 지수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내보았다. 이상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쟁반에 옥 구슬 굴러가는 듯한 맑은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였다. 분명 예쁘다 , 아름답다 라고 말할 처지가 되는 목소리이지만. 이것보다는 조금 굵고 거칠었다. 그렇다고 예전 목소리가 남성미가 넘치는 목소리 였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성이였기에 예전 목소리는 개똥 굴러가는 소리로 들렸다. 뭐냐 이놈 ..목..목소리가. 목소리가 바뀐 것이다. 더이상 그녀의 목소리가 아닌. 타인의 목소리가 지수의 목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이게 어떻게 된거지. 목을 부여잡고 왜 개똥이 옥구슬로 변했는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던 지수. 아무리 얼토당토한 가설들을 세워보아도 설명이 되지 않은 일이였다. 귀가 착각하는 것도 아니라면.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변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 아닌가. 그것도 목소리가 더 안좋아진다면 모를까. 누구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정도로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는 데.. 부스럭 마른 나뭇가지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지수는 이 낯선곳에 혼자 남겨졌다. 그녀는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자신이 아는이들.하나..아니 모르는 사람하나 없는 숲. 어디인지도 모르는 정체붉명의 숲.. 지수는 평범한 외모 평범한 성격에 평범한 사람이였다. 이런 낯선 숲에 덩그러니 남겨졌으니 두려울만도 했다. 게다가 자신의 주위에 수상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지수는 극도의 공포로 치닫고 있었다. 그녀의 정면 앞에 있는 수풀이 움직인다. 그 떨림에 따라 지수의 몸도 흠칫 하고 떨린다. 무엇일까. 이 낯선 숲과 낯선 공간에.이제 또 무슨 낯선 존재가 나타날까. 지수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에 그 곳을 주시했다. 피슝 헉 무언가가 빠르게 날라와 지수의 어깨에 박혔다. 아찔한 고통. 지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하얀 화살. 하얀 화살이 그녀의 어깨를 관통했고,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천천히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리고...다시 흐릿해지는 시야. 도대체 하루에 몇번이나 기절하는거야 라는 쓸대없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으로 그녀가 본 것은. 은빛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의 미남자였다. 그를 눈동자에 쓸어담듯 각인시킨 지수는.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01 .윽 .. 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어깨로부터 느껴지는 지독한 통증에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뜬 지수. 그녀는 엄청나게 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상의는 엄청 얇고 많이 파여있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가슴을 아슬하게 가리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 야해보였다. 재질이 얇은 것이라 그런지 서늘한 기운이 피부 그대로 맞닿는 것만 같았다. 어깨에는 하얀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순간 지수는 이것이 꿈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꿈이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분명 바다에 빠졌고, 깨어나보니 이상한 숲이였다. 그리고.. 오싹 지수는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는 목숨의 위협을 받을수도 있다. 그 증거로 누군가의 활에 맞지 않았는가. 그리고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보니 이상한 곳.. 무슨 이유에서 인지 모르나 이곳은 굉장히 이상한 곳이 틀림없다. 과학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화살을 사용하다니. 그것도 활의 목표가 사람이라니. 총으로 사냥을 하는 것은 취미상 있는 일이나 활을 사용해서 사냥을 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모든것이 의문투성이였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지수는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그녀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어깨쪽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이를 악물고 일어서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엄청나게 큰 장소였다. 침대도 침대 나름대로 넓었지만 방은 그 몇십배는 되어보였다. 바닥은 대리석이였고, 한눈에 보아도 고가의 물건들로 가득했다. 진열되어 있는 장식품 하나하나가 몇 천만원은 나가보였고, 디자인은 꼭 중세의 유럽을 보는 것 같았다. 벽에 걸려 있는 목까지 밖에 없는 사슴박제. 바닥에 깔려있는 붉은 카펫. 그리고. 지수는 이끌리듯 그 앞으로 걸어갔다. 찰그랑 어디선가 쇠부딛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지수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가 이끌리듯 걸어가 선 곳은 벽에 걸려있는 초상화. 그 속에는 은발에 붉은 눈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남자가 있었다. 대게 초상화를 그릴때에는 웃고 있거나 약간의 미소라도 띄고 있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 남자는 지나치리만큼 무표정이였다. 원래부터 표정이라는 것을 몰랐던 사람처럼. 얼음장같이 차가운 무표정. 피빛에 가까운 붉은 눈동자는 섬뜻해보였다. 초상화에서 눈을 돌린 지수는 방안을 빙 둘러보다가 창가에 다가섰다. 창문에 붙어 밖을 바라보던 지수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밤이라 밖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하늘에 떠있는 두개의 달 이였다. 마..말..말도 안돼.. 그녀는 스스로 중얼거리며 창문에서 떨어졌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아니 깜짝카메라라도 되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바다에 빠진 충격으로 머리가 훼까닥 돌아버린 것일까 여러가지 말도 안돼는 가설들을 생각하며 현실도피를 하는 지수였다. 그녀는 한참을 방을 돌아다녔다. 그 누구도 오지 않았고,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지수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기절하는직전에 본 남자. 즉 초상화의 주인공의 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은발이야 염색하면 그런 색이 나올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붉은 눈동자는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칼라렌즈라는 것이 있기는 했으나, 그런것으로는 만들어낼수 없는 매력이 담겨져 있었다. 얼핏보면 섬뜻한 느낌을 주지만. 그만큼 지나치게 아름다운 눈동자. 지수는 초상화를 바라보다가 일단은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급하고 다혈질인 그녀의 성격에 이유도 모른체 이런 곳에 감금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성격이 아니였다. 그녀는 그 넓은 방을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방문을 발견했다. 이놈으 방은 뭐가 그리 넓은건지. 한국의 한다는 재벌집도 이리 넓지는 않을듯 싶었다. 지나치게 큰 방을 욕하며 출입구로 다가갔다. 찰그랑 어라 하지만 문을 열고 나가려던 생각은 무언가때문에 더이상 나아가지 못한체 멈춰야만 했다. 지수는 발목이 팽팽히 당겨지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목쪽을 바라보았다. 맙소사 이게 뭐야 지수의 발목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황금빛의 둥그런 무언가가 발목을 감싸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검은 색의 쇠줄이 달려져 있었다. 줄은 침대기둥에 묶여져 있었는데, 길기는 했으나 출입구까지는 닿지 않는 길이였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길래. 지수는 경악해하며 주저앉아 줄을 어떻게든 해보려고했지만 그리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열이 달아오름을 느끼며 자신을 이방에 가두어 놓은 인간을 요절을 내버리고 말것이라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한참 낑낑대며 어떻게해서든 족쇄를 벗어버리려던 지수는 성질에 못이겨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런 어떤미친놈이 괜한 사람 잡아와서 삽질이야 삽질이 죽을람 곱게 죽을 것이지 납치질이냐 아악 재수없어 빌어 씹어먹을 개자식 멍게 해삼 말미잘같은 미친놈 죽일 놈 멍게가 뭐지 요즘 멍게모르는 인간도 있어 그건 해산물......어라. 씩씩대며 앙칼지게 외치던 지수는 눈을 크게 뜨고 금붕어처럼 뻐끔거렸다. 지수의 앞에는 초상화의 주인. 즉 자신을 이방에 가두어 놓은 미친놈이 서있었던 것이다. 이이이.. 하얀 토깽이같은 새꺄 재밌는 말을 하는군.. 일국의 왕을 토끼와 비교하다니. 모욕적인 말이기는 하나. 그리 기분나쁘지는 않군.쿡쿡. 알수없는 말을 하는 남자. 지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왕이라니.일국의 왕 그런 것 따위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다. 현대사회에는 왕대신 대통령 이 나라를 다스린다. 아니 다스린다고 보기보다는 이끌어나가는 사람이다. 왕이라. 일본에는 천황이있고, 영국에도 왕가가 있지만 그들은 왕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 서로를 지긋히 바라보는 두 사람. .아름답군. 뭐.뭐 갑작스레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지수는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다가 곧 그 의미를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정신차려 한지수 너한테 그런 말을 할리가 없잖아. 바보야 착각도 자유다. 진짜. 라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아름답다 라는 미적 칭찬에 지수의 평범한 얼굴은 해당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가 훨씬 더 아름다웠다. 자신을 놀린다고 받아들인 지수는 얼굴을 구겼다. 하지만 남자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신이 널 내게 선물해주신걸까. ... 이제서야 고독하고 외로운 나를 구해주시는건가. .. 전설대로. 천인은 아름답군. 천.인. 알수없는 말을 해대는 남자. 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천인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건가 모를수도 있겠군. 천인이란 하늘의 인간. 즉 신의 아이를 가르킨다 어떤 민족은 천사 라고도 부른다더군. 하. 천사를 줍게 되다 02 지수는 이남자가 정상인것일까. 미친것일까.하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했다. 지수가 알고 있는 천사라는 것은 새하얀 날개에 너풀거리는 흰옷을 입고, 천상의 미라고 칭송될만큼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스스로를 신의 종이라 칭하는 인간이 아닌. 더럽고 혼탁한 인간세계가 아닌 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신을 칭송하고 떠받드는 그 상상속에 존재하는 천사. 지수는 무신론자였다. 그녀는 아름답지도 않았고, 신을 믿지도 않았으며 날개도 있지 않았다. 지수는 혀를 쯧쯧 차며 자신의 앞에 은발의 남자를 불쌍하다는 듯이 처다보았다. 아깝다. 이렇게 아름다운 외모에 돈도 꽤 있어보이고 또 젋은나이에. 미치다니..쯧쯧. 라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진실아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이봐 내말잘들어봐 천사라는 것은 허구야. 존재하지않는 상상속의 존재라구.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고 또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존재야. 그저 성경책에서만 나오는 허상의 존재라구. 나의 어디를 봐서 천사라고 미친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무신론자이고 또 당신과 같은 인간이야 아무렇게나 혼자 그렇게 치부해버리지 말라구. 하 신을 믿지 않는다고 샤이나 국. 아니 피라온 대륙의 모든 사람은 주신 카메르 얀을 믿는다. 그리고 그런 확실한 증거를 달고 뻔뻔스럽게 발뼘하는건가 뻔뻔스러운 건가.아니면 멍청한건가 라며 지수의 손목을 낚아채서는 성큼성큼 걸어간다. 얼덜껼에 그에게 끌려가게 된 지수는 손목을 비틀어 손을 빼보려고 했지만 강한 힘에 그러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가 질질 끌려간 곳은 구석진 곳이였는데 아까 방을 둘러보다가 미쳐 보지 못했던 곳이였다. 그쪽으로 끌려간 지수는 두 어깨를 잡혀 강제로 벽쪽으로 처다보게 되었다. 벽은 한 전체가 다 거울로 되어있었는데 맨 위 가운데에 주먹만한 루비가 박혀 있었고 루비 주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가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테두리는 금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쓸데없이 화려하기만한 거울이였다. 세간에서는 이런 걸 돈지랄이라고 하지. 라고 생각하던 지수는 거울에 비취는 사람의 모습을 처다보았다. 처음보는 사람이였다. 분명 은발의 남자가 서있기는 했지만 그가 어깨를 잡고 있는 여자는 생전처음 보는 여자였다. 날개 달린 여자가.. 분명.. 은발의 남자의 손은 자신의 어깨위에 올려져 있는데 말이다. 그리크지 않은 크기의 날개가 등뒤에 자리 잡고 있었고, 마치 금을 녹여 엮어놓은 것 같은 블론드 머리칼이 허리정도에 머물렀다. 지수는 머릿결이 좋은 편이고 긴 생머리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이렇게 길지는 않았으며 무엇보다 지수는 동양인. 즉 검은색 머리에 조금 색소가 옅은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부신 블론드 머리칼에 하루밤사이에 비정상적으로 길어버린 머리카락. 그리고 옅은 갈색 눈동자는 온대간대없고 바다를 닮은 푸른 눈동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예전에는 큰 키에 속했지만 지금은 키가 줄어 162정도로 작아졌다. 또한 평범한 얼굴은 온대간대없고, 천상의 미라고 칭송받아도 마땅치 않을 아름다운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도 커지기를.쌍커풀이 생기길 원했던 눈은 진한 쌍커풀이 져서는 얼굴의 13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수의 콤플렉스였던 낮은 코는 시원스레 뻗어 오똑한 코가 되었으며 두툼하고 붉은 입술이 매혹적이였다.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는 한팔로 휘감을수 있을 정도였고, 키가 작아지기는 했으나 몸에 비하면 다리도 긴 편이였다. 학창시절 생겼던 여드름때문에 고민했던 예전의 피부와는 달리 지금은 백설공주 싸대기 10번은 더 때렸을만큼 깨끗하고 투명한 피부였다. 거울에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서있었다. 이.이게 나. 지수는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꼇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그냥 주저앉아버렸다. 있을수 없는 비현실적인 일. 몸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몸에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아무래도 전자쪽이 훨씬 타당성 있게 느껴졌다. 물론 둘다 비정상적인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몇일에 걸쳐 이렇게 변할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무슨 번데기가 나비로 변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정말 영화속, 소설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그녀에게 일어난 것일까. 마.말도 안돼.. 나.날 돌려보내줘 집에 가야겠어.아.아니 일단 꿈에서 깨어나야해 믿기지 앟은 현실에 지수는 사색이 되어 말을 더듬으며 내뱉었다. 그녀의 말에 은발의 남자의 눈초리가 가늘게 휘어진다. 어딜 간다는거지 날 돌려보내줘 집에 갈꺼야 난 천인 따위가 아니야 인간이라구 그.그래 이건 꿈이야. 이런 일이 있을수 없잖아.. 게다가 날개라니. 천사라니.. 두개의 달이라니 있을수 없어 넌 이미 주신 카메르 얀의 품에서 벗어나 인간세계에 강림했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중간계의 공기를 마신 천인은 다시 천계로 돌아가지 못한다더군. 웃기지마 난 인간이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누가 천인이라는거야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는거야 난 인간이라구 인간 개자식.씨발 그런 미친 소리는 다른 곳에 가서 짓거려 악쓰듯이 현실을 부정하는 지수. 원래 성격이 조금 털털하고 거침없으며 입이 좀 걸걸해서인지 금방 초면인 남자에게 욕지거리를 퍼붓는다. 물론 그런것을 따질 그녀가 아니지만. 미친소리, 개새끼, 빌어먹을이라. 평생 눈앞에서 들어보지 못할 단어들을 한꺼번에 들어보는군.씨발은 무슨 뜻이지 알게뭐야 뭐. 상관없지. 길들이는데 꽤나 애를 먹을 것같지만. 그것 또한 나름대로의 매력이겠지.쿡. 뭐..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를 째려보는 지수. 그녀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그는 분명 길들이다 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순간 지수는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부터 똑바로 들어. 이유야 어쨌든 너는 무단으로 왕의 전용사냥터에 침입했다. 그곳은 오직 왕과 왕이 허락한 인물만 들어갈수 있는 금지구역. 여태껏 사냥터에 침입한 자를 살려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지. 뭐 어깨에 화살을 박기는 했지만. 뭐 그럼 활을 쏜게 당신이라는 말이야 그래. 만약 내가 너를 사슴으로 착각해서 공격했다면 너는 이미 목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오싹 무덤덤한 얼굴로 죽음을 논하는 남자. 지수는 어깨를 관통하던 그 날카로운 통증을 기억해냈다. 온몸이 고통의 공포에 살짝 흔들린다. 나름대로 곱게 자라온 그녀였고, 큰병이나 사고따위는 겪어보지 못했기에 이렇게 큰 고통을 당해본적이 없었다. ..미친놈..사람을 활로 쏘다니 고통을 떠올리며 몸을 떨던 그 순간에도 지수는 독설을 내뱉으며 남자의 신경을 자극했다. 훗 멋대로 지껄이라고. 그래도 사실은 변하지 않아. 사실. 그래. 네가 천인이라는 것과 내가 너를 가질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 그리고 네가 나의 소유라는 것. 소유.. 지수는 기가막히다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소유 지수는 노예가 아니였다. 아니 현대사회에는 노예라는 자체가 없었다. 귀족이나 평민, 상민과 양반이라는 계층은 무너진지 오래였다. 그런데. 소유라니. 지나가던 개가 헛소리를 하는 걸 듣는 사람마냥 남자를 처다보는 지수. 그런 그녀의 시선의 의미를 알고있으면서도 피식 하고 비웃음을 내뱉은 남자는 주저 앉아 있는 지수만큼의 눈높이로 맞췄다. 무릎을 한쪽 땅에 대고 앉은 남자는 지수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그리고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지수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내이름은 엘타니아.S.이크리안.. 이제부터 네가 모셔야할 주인이다. 마치 뇌리에 깊이 각인을 세기듯이.. 천사를 줍게 되다 03 조금이라도 드셔보세요. .. 그러지 말고 좀 드세요. 레이첼님. 난 레이첼이 아냐 사정사정하는 시종의 말에 지수. 아니 레이첼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씩씩거리며 다시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울상이 되어버린 시종은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저번에 레이첼님께서 스스로 자신의 이름이라고 인정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움찔 약간 호통치듯한 시종의 말에 레이첼의 몸이 살짝 떨렸다. 레이첼은 그때를 떠올리고는 이를 갈았다. 흥 남을 겁탈하려고 했으니까 그렇지 그런 파렴치한 인간. 아이구 그런 소리마세요 폐하께서 듣기라도 하시면.. 들으라면 들으라그래 누가 무섭대 그런 변태 색마 왕 치한자식같은거 하나도 안무섭다 레이첼은 흥분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시종 에밀리는 그런 레이첼의 모습에 레이첼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지었다. 몇일 전 자신이 섬기게 된 전설속의 종족 천인 이라는 여자는 순수하고 솔직했다. 자기 주장을 뚜렷히 내새울줄 알며, 남을 배려할줄도 알고 또 자기의 모습을 숨김없고 꾸밈없이 내보일줄 아는 인물이였다. 처음 전설속에서나 존재하는 종족인 천인을 볼수 있다는 생각에 에밀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에 천인이라는 종족을 보게 되다니. 그녀로써는 꿈만같은 일이였다. 에밀리가 그리는 머릿속의 천인 은. 천상에서 다시는 볼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와 온화한 성품. 뛰어난 기품과 조용하고 다정다감한 성격. 손동작 하나하나에도 우아함이 흐르는 그런 완벽한 인물이였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있는 천인이라는 이 말괄량이 아가씨는 에밀리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분명 블론드 머리카락에 바다를 닮은 푸른 눈동자. 새하얀 피부나 붉은 입술은 치장을 전혀 하지 않아도 아름다워보였다. 진흙속에 뒹굴러도 그 빛을 잃지 않을 것만 같은 천상의 미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조용하고 가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는 고상한 취미를 가질것만 같은 외모에. 성격은 판이 달랐다. 과격하고 흥분을 잘하는 다혈질에 왕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뚝심이라던지. 단 과자같은 것을 좋아하는 입맛에 얌전히 책을 읽는것보다 뛰어다니며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그런 레이첼의 인간적인 면이 꽤나 마음에 드는 에밀리였다. 살며시 미소짓는 에밀리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한 레이첼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씩씩거렸다. 몇일 전 바다에 빠지고 이상한 품에 덜어지고 재수없게 화살을 맞고 기절하고 미친놈한테 잡히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이 이상한 세계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커녕 전세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미국조차 없는 이계인 이곳. 인간 역사상 가장 큰 발전이라고 할수 있는 과학조차 알지 못했다. 그 대신 마법이라는 것이 있었고, 대통령 대신 왕이 나라를 다스렸으며, 귀족계층과 평민 그리고 노예계층이 있었다. 또한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이라고 불러씅며 인간외에 드래곤, 엘프, 몬스터, 마족, 신 드워프등. 고등학생때 몇번 읽다 그만둔 판타지 세계에 똑같았다. 레이첼은 그런 공상적인 이야기를 믿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니 믿을수밖에 없었다. 레이첼을 잡아 오자마자 이름을 지어준다고 했다. 레이첼은 그것을 거부했다. 자신의 이름은 한지수이지 그것 외의 이름은 있을수 없다고 생각한 탓이다. 레이첼이 거절하자 이안이 길어서 줄여부르기로 했다. 또한 그의 애칭이기도 하다. 그녀를 강제로 침대에 눞혀놓고 이상한 짓 거리를 하려고 했다. 반항 하다하다 결국엔 그 이름을 인정했고, 결국엔 지수가 이쪽 세계에에와서 레이첼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중에 변태 색마 치한등등 중얼거리는 지수에게 이안이 먹인 결정타. 난 침대에 널 눞히고 그 위에 올라탄것 뿐이였는데, 니가 겁먹고 한다고 한거잖아 으드득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던 레이첼은 이를 갈았다. 언젠간 그놈을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저렇게 해서 갈아마셔버리리. 투덜투덜 거리던 레이첼은 결국엔 쟁반을 받아들였다. 밥을 한끼라도 걸렀다가는 그 개같은 승질에 다 엎어버릴게 분명했다. 한번은 레이첼이 단식투쟁을 했는데, 그걸 안 이안이 레이첼의 식사를 담당하는 시종을 죽이려고 했다. 결국 두손두발 다들게 된 레이첼은 이안에게 매달려 용서를 빌고 시종을 악의 손아귀 에서 구해낼수 있었다. 밥 한번 굶는데 식사 담당 시종을 처형한다고 으름장을 늘어놓고 가버린 탓에 밥한번 거르지 못하고 꾸역꾸역 먹어야하는 레이첼이였다. 레이첼은 특이하게 고기와 야채를 먹지 못했다. 고기는 입에 대자마자 토해내버렸고, 야채는 씹다가 뱉어내버렸다. 인간이 아니라 그런지 야채를 씹을 때에는 땅에 있을 때의 야채의 즐거움과 기쁨이 느껴졌다. 하지만 날카로운 칼에 베어질 때의 아픔과 고통. 슬픔등이 느껴져 도저히 삼킬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먹는 것은 과일이나 멀건 죽이나 과자 뿐이였다. 음료나 죽, 그리고 과자는 먹을만 했다. 또 과일은 야채와는 다르게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과일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레이첼은 사과를 집어들었다. 와삭 사과를 한입 베어물은 그녀는 입안에 퍼지는 달콤에 미소를 지었다. 싫은 척해도 굉장히 배가 고팠던 레이첼이였다. 레이첼이 흘러들어온 세계는 지구와 굉장히 비슷했다. 다만 지구의 중세시대 배경에 판타지의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 뿐. 오늘부터 리폰 아키나르 님께서 레이첼님의 교육을 담당하시기로 하셨습니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뭐얏 공부우 레이첼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에밀리를 처다보았다.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아키나르님께서는 역사를. 프리니얀님께서는 점심시간 후 1시부터 3시까지. 케론 자작부인께서는 예절과 춤을 3 30부터 6시까지 배우셔야해요 에밀리가 불러주는 빡빡한 스케줄에 레이첼은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말도 안돼 그자식 짓이지 ..방년 20세 한지수..아니 레이첼.. 다시 공부를 시작하다 . . . 레이첼은 성속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레이첼이 머물고 있는 성은 서쪽에 위치한 성으로 외관이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전대왕비 미뉴엣 왕비의 거처였고, 미뉴엣 왕비가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뒤, 계속 비어있다가 이번에 레이첼이 쓰게 된 것이다. 이 날개. 떼어버리고 싶군. 날개를 매만지며 중얼거리는 레이첼. 처음에는 그저 신기하고 예쁘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는 떨어지고 불편함을 커져갔다. 처음에 에밀리와 다른 시종들을 만날 때 신기한듯. 아니 우리에 갖힌 원숭이를 처다보듯 보는 시선들이 조금 불쾌했었다. 누구라도 가지고 있으면 부러워할만한 날개가 레이첼에게는 그저 귀찮을 뿐이다. 없앨 방법이 없나 ..있을리가... 작기라도 하면 옷으로 감추기라도 할텐데.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어정쩡한 크기라니. 에휴. 레이첼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이제 몇십분 후 도착할 자신의 선생들. 즉 다른이가 그녀를 신기한 물건 바라보듯 바라보는 것은 더이상 사양하고 싶었다. 왠 한숨 이지 힉 천사를 줍게 되다 04 갑자기 귓가에서 후 하고 바람을 불어대며 말하는 누군가에 의해 화들짝 놀란 레이체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뒤돌아 섰다. 그 곳에는 검은색의 고풍스러운 옷을 입고 검은색 망토, 은색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남자가 서있었다. 바로 레이첼.. 그녀의 이름을 강제로 지어주고는 그녀를 마구 휘두르는. 샤이나국의 38대 왕이자 레이첼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밀어 처넣은 장본인 엘타니아.S.이크리안. 너엇 이자식 반가워하는 방법이 좀 특이하군 뭐.뭐얏 이..이. 왕자병아 이 세상에 여자들이 다 네껀지 알아 그리고 공부 수능과 대학이라는 문턱을 넘은지 1년밖에 안지났는데 나보러 지금 공부를 하라는거야 난 왕이지 왕자가 아니다. 또 내 손짓하나에 달려들 여자가 수십명. 아니 이 나라의 거의 모든 여자들을 손에 넣을 수 있지. 지금도 내가 부르면 달려오려고 대기하고 있는 여자가 몇십명인지 알고나 있는거냐 게다가 난 무식한 부인을 두기는 싫으니 분발하라구. 저..저..저.. 태연스럽게 나 잘났다 라는 대사를 거만한 표정으로 답하는 이안의 태도에 레이첼은 말을 있지 못했다. 기가 막힌 것도 있었지만 이안이 왕인 것도 사실이였고, 왕의 명이라면. 아니 권력과 부에 딸려올 여자들은 수두룩할 것이 사실이였다. 하.지.만 뻔뻔스럽게 레이첼을 부인이라고 칭하는 이안의 태도에 레이첼은 부들부들 떨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가 네 부인이라는 거냐아아아 푸드득 그 날 이후 서쪽성에는 괴수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믿거나 말거나 . . . 그러니까 이 반지를 끼면 날개가 잠시 들어간다는거야 응 이게 뭔데 인어의 눈물. 인어. 레이첼은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져 있는 반지를 유심히 처다보았다. 특이하게도 정가운데에는 푸른 진주가 박혀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하여 물결치듯한 모양의 은이 휘감겨져 있었다. 인어의 눈물 몇백년전 한참 인어 노예 라는 것이 성행했을 때의 일이다. 인어라는 종족은 엘프와 맞먹는 뛰어난 외모와 물고기 지느러미가 달린 바다의 지배자라고 불리었던 종족이다. 원래부터 그 수가 적었고, 또 번식이 느려 좀처럼 보기힘든 종족이였다. 존재가 귀했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높은 종족중 하나였다. 바로 그것이 인어 종족에게 불행을 안겨다주었다. 아름다운 외모에 희귀성과 존재가치. 귀족들은 자신의 부를 뽐내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걸고 인어를 사들였고, 뱃사람들은 인어를 마구잡으로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에서 나오면 5일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점과 또 바다라는 곳이 인어에게 더 유리한 지형이라는 것 때문에 인어를 생체로 잡는 것은 힘든 일이였다. 애써 잡은 인어를 수족관이라는 것을 만들어 인어를 운송했지만 거의 대다수가 운송도중 육지에서 죽어버렸다. 그러자 상인들은 인어의 꼬리가 정력과 미모에 좋다는 거짓소문을 내었다. 인어의 몸값은 하늘을 찌르듯이 치솟은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뱃사람들은 이제 죽은 인어든 산인어든 그들의 모습이 보이기만 하면 학살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인어의 씨가 거의다 마르게 되고. 겨우겨우 인간의 눈을 피해 살아남은 인어들은 더 깊은 해저속으로 숨어버렸다. 하지만 그 중에서 한 인어는 누군가를 기다리느라 그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인어들은 한번 정한 상대를 반려로 정하고 한평생을 사랑한다. 반려가 죽든 사라지든 행방실종이 되든 말이다. 그 인어는 꼭 반려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그를 기다렸다. 인간에게 죽은 마지막 인어는 사랑하는 인어를 인간에게 잃고 자신 또한 잡히게 되었다. 인간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극에 달한 인어는 바다 몬스터의 뾰족한 이빨로 스스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고 한다. 그녀는 죽으면서 인간에 대한 저주를 퍼부었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흘린 눈물이 보석이 되어 인간계에 떠돌게 됬는데. 우연히 인어의 눈물을 손에 넣게된 드워프 족이 그것을 세공하여 반지로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인어의 눈물 인 것이다. 인어의 눈물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봉인하여 끼고 있는 자를 무력하게 만든다. 또한 반지를 끼고 있는 동안 악한 마음을 갖고 남을 해치려고 하면 주인의 심장을 죄어 고통을 준다. 보석 안을 잘 들여다보면 검은 기운이 담겨져 있는데, 그것은 죽어가던 인어가 퍼부었던 인간에 대한 저주와증오심 그리고 분노가 보석속에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반지를 끼고 있는 동안은 인간이나 동식물을 절대로 해쳐서는 안된다. 만약 다른 생명을 빼앗는 그 순간 봉인이 심장을 죄어오게 될 것이다. 레이첼은 손바닥에 있는 반지를 들어 왼손 약지에 끼워넣었다. 약간 헐렁하던 반지는 레이첼이 손가락에 끼자마자 그녀의 손가락에 딱 알맞게 줄어들었다. 날개가 사라졌군. 정말 레이첼은 날개가 사라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았지만 등뒤에 있는 날개가 보일리가 없었다. 그녀는 곧 날개에 대한 흥미를 지우고 자신의 손에 껴져 있는 반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헤에.예쁘네. 마음에 드나 응 진짜 예쁘다. .레이첼 또한 여자이기에 보석에는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아까전에 으르렁거리던 털 세운 고양이는 어디가고 나른한 표정을 짓고 주인의 품에서 아양을 떠는 고양이만이 남았다. 물론 레이첼이 보석에 혹 한것보다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인어에 대한 호기심때문이지만. 폐하. 아키나르님께서 도착하셨다고 하옵니다. 그래. 그럼 나는 급한 일이 있어 이만 가봐야겠군. 공부 열심히 해라. .으으..싫은데. 레이첼은 뚱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반지를 선물해준 보답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곧 이안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에밀리는 흰색 망토의 머리카락이 다 새하얗게 샌 할아버지와 함께 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제부터 레이첼님의 역사와 문학을 가르치게 될 아키나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레이첼입니다. 이리와 앉으세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이기에 레이첼은 예의를 차려 말했다. 역시 동방예의지국의 국민다운 태도였다. 레이첼은 아키나르라는 노인이 자신을 보고 놀라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만족하며 의자에 앉았다. 천사를 줍게 되다 05 샤이나 국의 역사는 약 125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부터 시작됩니다. 샤이나 국을 세우신 분은 샤이나님이십니다. 국명은 이미 알아차리셨다싶이 샤이나님의 이름을 따서 세웠습니다. 1300년전 당시 피라온 대륙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고 합니다. 나태함과 끝없는 욕망과 욕심에 물들은 타락한 인간을 벌하기 위해 신의 아들이라고 불리우는 드래곤의 심판이 내려졌지요. 그리고 그 다음 엎친대 덮친격이라고 마계와 중간계를 이어주는 홀게이트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모르나 중간계와의 연결되어 수많은 마물들이 중간계로 내려와 세상이 어지럽혔습니다. 그당시 영웅의 별 이 나타났지요. 그것이 바로 샤이나 님이십니다. 샤이나 건국기 라는 책에는 샤이나님을 이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오고 땅을 비추자 땅이 갈라지고 용암이 터져나왔다. 용암은 세상의 더러운 찌꺼기들을 휩쓸어 갔고, 용암이 지나간 자리에 바위하나가 생겨났다. 인간의 형태를 닮은 바위는 정확히 10개월 후 돌이 갈라지고 그 안에서 인간이 걸어나왔다. 그것은 바로 혼탁의 시대의 영웅의 별이라 불리우는 샤이나의 탄생이였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영웅의 별 이라고 불렀고, 신의 언어로 그를 샤이나 라고 칭했다. 그가 가는 곳은 항상 축복이 그들을 잇따랐고, 세상의 더러운 것들은 모두 마계로 물러갔다. 하늘을 가리고 있던 먹구름이 걷히고 드디어 모든 세상에 빛이 비춰지게 된다. 유래는 이러한 것으로 시작됩니다. 샤이나 라는 이름은 아내인 세티로아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샤이나는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세상을 진정시키고, 혼탁의 시대를 잠재웠으며 마족을 중간계에서 몰아내고 지하계에 봉인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나라를 세웠는데 그게 샤이나 국입니다. 처음 샤이나 국의 영토는 피라온 대륙의 약 34였는데 건국 후 552년때와 759년때 영토가 갈라져 지금은 대륙의 13을 차지 하고 있습니다. 주변국가인 콘탄틴국과 필릅왕국은 원래 샤이나국에서 떨어져나간 국가였습니다. 콘칸틴국은 한번더 갈라져 쵸이나 국이 생성되었습니다. 지금의 콘탄틴과 쵸이나, 필릅 국의 영토는 샤이나국의 초창기 영토인 것입니다. 샤이나왕은 자신의 아내인 세티로아와 함께 나라를 잘 다스렸다고 합니다. 나라를 세운 뒤 50 년이 지난 후, 샤이니 왕은 수명을 다해 죽고 세티로아는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 후, 그들의 첫째 아들 레피니스가 그 다음 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이어졌던 것이지요. 여러차례의 반란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왕조가 바뀌지 않았던 이유는 샤이나국의 왕이 될수 있는 자격, 즉 왕의 표식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샤이나왕의 피는 세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다른 피와 섞여 희석되었습니다. 왕의 표식은 샤이나왕의 자손들중 그의 피가 가장 진한이에게 이어지고, 왕이 죽으면 다음 후계자에게로 자동으로 옮겨갑니다. 이 마법은 샤이나의 아내 세티로아가 자신의 아들에게 직접걸었다고 하는데, 신의 언어를 아는 것과 지금까지의 대마법사들도 해독하지 못한 마법을 쓴것으로 보아 학계에서는 그녀를 천계인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인간계를 보다못한 주신께서 두 신을 대지에 강림시켜주셨다는 것이지요. 천계인 지루한 설명에 아키나르의 눈을 피해 졸던 레이첼 그녀는 천계인 이라는 단어에 잠이 번쩍 뜨이는 것을 느끼고 아키나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아키나르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덧설명을 붙여주었다. 역사책 혼돈의 시대 에서 세티로아에 대한 내용이 간략하게 5줄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시체가 수북히 쌓여있는 전쟁터에 축복의 빛이 비춰지니, 그것은 신의 축복이요 인간이 가지는 진리이니. 천국의 빛이 그들을 뒤덮었고, 아름다운 선율의 말로 설명하지 못할 형롱한 아름다움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싸우고 서로를 시기하고 죽이던 이들은 넋을 잃고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서있던 것은 자애의 여신 세티로아 그녀가 지나가는 곳은 안식과 축복의 물결로 출렁거렸다. 세티로아는 자애의 여신 니오티의 다른 이름으로써 사람들은 그녀를 자애의 여신이라고 불렀습니다. 자애의 여신은 혼돈의 시기에 세상에 나타나 어지러운 세상을 정리하는 역활을 한다고 합니다. 흐음 레이첼은 아키나르의 설명을 유심히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히 샤이나왕에 대한 설명을 끝낸 아키나르는 다음 내용으로 넘어갔고, 화창한 날 오후 레이첼은 아키나르의 자장가 를 들으며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지루한 역사 수업이 끝나고 약간의 휴식시간은 갖은 레이첼은 그 다음 과목을 들어야했다. 정치시간에는 현재 샤이나 국의 정세와 주변나라의 정세에 대해서 들어야만 했다. 또한 외교문제나 다른나라의 문화나 샤이나 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배워야만 했다. 문화야 처음 접해보는 신기한 것들이여서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할수 있었지만, 정치는 영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마지막 시간은 예절 교양 과 춤시간이였는데. 뭐하면 안된다 이거하면 안된다 저거 하면 안된다. 과자는 한입에 다먹어서는 안된다 음식은 항상 반이상 남겨야 한다. 포크질은 이렇게 칼질은 이렇게.. 도대체 고기. 아니 거의 대부분의 음식과 전혀 상관이 없는 자신이 그런걸 배워야하는지 어처구니가 없어 따지려고들면 쫑알쫑알 재잘재잘 말할틈도 주지 않았다. 더 곤욕인 것은 춤을 배우는 시간이였다. 좀더 우아 하게 한발 내딛고 턴 오른발을 내딛고 옆으로 사푼 한 걸음거리로 부드럽게 도도히 내리깔은 시선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도도해보이게 하시면 안되니 가끔 미소를 지어주시는 것도 잊으시면 안되요. 자 해보세요. 왼오 왼왼 오 왼 턴 오왼오왼 턴 턴 아니 그게 아니잖아요 도대체 몇번을 말해야하는 겁니까 너무 뻣뻣해요. 우아하고 부드럽게 등은 피시고 허리도 피세요. 시선은 살짝 내리 깔으셔야지요 너무 표정이 굳으셨어요 얼굴좀 피세요 그게 아니잖습니까 ..예절 춤 담당 케론 자작부인은. 정말. 강.적 이였다. 천사를 줍게 되다 06 뒹구르르 평생 처음보는. 아니 다시는 볼수 없을 것만 같은 엄청나게 넓은 침대를 이리저리 뒹굴거리는 레이첼. 레이첼의 하루는 침대에서 시작된다. 6시에 일어나서 간단한 운동을 하고. 에밀리는 바락바락 관두라고 말리지만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그리고 7시면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무료하고 따분하게 9시까지 뒹굴거리다가 9시가 되면 아키나르에게 역사를 배우고. 끝나고 점심을 먹고 프리니얀에게 정치를 배우고 마지막으로 제일 곤욕스러운 케론 자작부인에게 춤과 예절을 배운다. 정말 얼마나 혹독한지 레이첼은 케론자작부인의 그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인상을 생각하기만 해도 치가 떨려왔다. 그 혹독한 배움아닌 훈련에 자연스럽게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일일히 알려준 예절들을 실생활에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는 그녀였다. 평소에 자유분방하고 우아함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레이첼으로써는 그녀가 얼마나 여태껏 케론자작부인에게 괴롭힘을 당했는가에 대해서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아마 나흘을 밤새 쉬지 않고 설명해도 모자름이 없을 것이다. 현재 시각은 8시를 조금 넘기고 있는 시각. 지루함에 몸을 치며 뒹굴거리다가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앙증맞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무언가를 굳게 다짐한 듯한 얼굴로 외쳤다. 이대론 내가 먼저 죽겠다 산책이다 그날. 에밀리가 사색이 되어 이안에게 달려간 것은 나중에의 일이였다. 후후후 이 레이..아니 이 한지수님을 무시해서는 안되지.. 내가 가만히 방안에 처박혀서 그 지루하고 지루한 공부를 붙잡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이게 얼마만의 외출이냐아아아. 지수는 기쁨의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다란 복도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다. 기둥에 몸을 숨기고 탐색을 하던 레이첼은 이때를 틈타 재빠른 몸놀림으로 몸을 옮겼다. 왕궁을 이렇게 제집 드나들듯 돌아다니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였다. 당연히 레이첼이 왕궁의 구조를 알리가 없었다. 그녀는 2시간 동안 왕궁에서 길을 잃어 같은 길만 계속해서 반복하여 다녀야만 했다. 으으.이러다 죽겠어 이 왕궁. 왜이리 쓸대 없이 크기만 한거지. 크흑...... 쓸대없이 크기만한 왕성때문에 고생하는 레이첼. 그녀는 왕성이 큰 것과는 전혀 별개인 이안을 떠올리며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왕성이 지나치게 쓸대없이 넓은 것과 이안은 별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레이첼이 힘겹게 말을 옮기려고 하는 찰나.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자네 소식 들었나. 무슨 소식 이번에 콘탄틴 국의 3번째 공주가 우리나라에 왔다더군. 콘탄틴국에서 그래. 겉으로는 외교적 문제로 이지만 사실은. 사실은 우리 폐하에게 흑심이 있어서 왔다는 소문을 말야. 허허. 콘탄틴국의 세번째 공주라면 아름답고 지혜롭고 현명하기로 유명치 않은가.. 원래 우리 폐하께서 잘생기셨잖냐. 인물 괜찮지. 능력 좋지. 재산 많지. 똑똑하지. 게다가 대륙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샤이나국의 황제시잖아 그 어떤 여자가 눈 안돌아가고 베기겠어 그건 그렇지만.. 므.므이얏 눈 안돌아갈 여자 인물 능력 재산 똑또옥 그러면 뭐해 헹 성격이 그 지랄 같은데 그 개차반 같은 성격때문에라도 지금에서라도 자기네 나라로 도망칠껄 하여튼. 저 사람들한테라도 물어봐야겠지 속으로 이안을 욕하던 레이첼은 기사로 보이는 두 남자의 앞으로 다가섰다. 자기들끼리 요즘 돌고있는 귀족들의 헤프닝이라던지 썸씽같은 것을 이야기하며 낄낄거리던 남자들은 레이첼이 다가서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고 가히 놀라울 만한 몸놀림으로 레이첼을 휙 바라보더니 한순간 그녀의 앞에 와서 목에 칼을 겨누더니 눈에서 섬광같은 불꽃을 내뿜었다. 누..누구냣 에.... 레이첼은 자신의 눈앞에 겨누어지는 칼에 화들짝 놀랐다. 이런식으로 반응하다니 레이첼로써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였다. 하지만 곧 평정을 되찾은 그녀는 케론 부인이 항상 강조했던 부분을 머릿속으로 상기시키며 실행해 나갔다. 거만하고 도도하게. 마치 어느 대단한 귀족가의 영양처럼. 이게 무슨 짓이지요 아..레이디..죄송합니다. 방금 제가 한 무례는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금새 태도를 바꾸어 정중하게 말하는 기사. 레이첼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도 재빠르게 처신한 자신의 의도대로 된 듯 했다. 실례되는 질문이오나, 어느 가문의 레이디이신지. 또한 금지 구역인 이곳에 어떻게 오시게 된 것인지 물어봐도 됩니까 금지구역 이곳이 금지구역이란 말이야 내심 금지구역이라는 말에 놀라움 반 호기심 반의 심정이던 레이첼은 겉으로는 거만한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였다. 역시 고문 의 결과는 대단했다 불쾌하군요. 다른 타국에서 왔습니다. 어느 가문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것이라고 생각해도 됩니까 예 아..네. 레이첼은 재빨리 아까 두 기사가 나누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말했다. 레이첼의 말에 기사들은 몇일 전부터 왕성에 머물고 있는 콘콘틴 공주를 떠올렸다. 금을 녹여 만들어놓은 것 같은 블론드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 천상의 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미모에 잠시 그들도 넋이 나갔었다. 마침 콘탄틴의 공주 또한 금발. 어설픈 금발이 였지만 분명 레이첼은 공주라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속으로 그렇게 단정짓고 자신이 아까 했던 행동을 떠올렸다. 일국의 공주에게 칼을 겨누다니. 사형을 면치 못할 일이였다. 새파랗게 질린 기사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고소해하던 레이첼. 하지만 너무 겁에 질려있는 그를 보며 이쯤에서 장난을 거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안면에 웃음기를 띄며 말했다. 아까의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는 않겠어요. 당신의 말이라면 이곳은 금지구역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 일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산책을 하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아까의 죄를 사면할 겸. 저에게 길을 안내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레이첼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한치의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 타국 한국 에서 왔다는 것도 사실이였고. 가문이야. 뭐... 한씨 가문이지 않는가 게다가 산책하다가 길을 잃어버린 것도 사실이였다. 아..그렇게 된다면 영광입니다 둘 중 한명의 남자가 싱글 거리며 레이첼을 안내해주겠다고 나섰다. 남은 남자는 똥씹은 표정이였지만 앞으로 나서는 남자의 얼굴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들은 이제 곧 다른 기사들과 교체할 시간이였고, 마침 그들이 저만치서 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레이디의 에스코트를 빼앗기게 된 남자는 조금 자존심 상해하는 듯했다. 어차피 같이가는 것은 똑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왕성의 길을 잘 알고 계시나요 당연하죠 제가 이래뵈도 왕성에서 일한지 5년이 넘어갑니다.하하하 그는 호탕하게 웃어재꼈다. 한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갈색머리의 평범한 외모를 가졌다. 다른 남자는 초록색 머리에 20대 중반정도로 보였는데 얼굴에 자잘한 흉터들이 많았다. 레이첼이 그의 얼굴을 뚤어져라 처다보자 갈색머리의 남자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칼한테 관심이 많으신가봅니다. 공주님.하하 이 놈이 쑥스러워서 말은 안하고 뻘쭘히 서있는 것이랍니다.크크크 사실 속은 굉장히 여리고 부드러운 남자랍니다. 혹시 관심이라도 가나 공주님께 지금 뭐하는 거야 갈색 머리의 남자는 호탕하고 활발한 성격을 갖은 것으로 보였다. 가나의 말에 칼은 조금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공주님 그럼 나를 공주라고 생각한거야 이인간들도 웃기는 인간들이네. 공주한테 대하는 태도가 마치 옆집 아가씨한테 건내는 농담같으니. 레이첼은 속으로 어이없어 했지만 이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다. 문득 레이첼은 기사 라는 인간들에 대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분명 재밌을 것이다. 어디로 가시냐구 물어보셨죠. 티격타격하던 가나와 칼이 동시에 레이첼의 얼굴을 처다보았다. 갑작스러운 태도에 레이첼은 흠칫 놀라기는 했지만 끝없이 연습한 포커페이스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저는 기사분들이 많은 곳에 가고 싶습니다만. 하고 말하며 레이첼은 입꼬리를 씨익 말아올렸다. 순간 그들은 알아차렸어야 했다 지수의 뒤에 살랑 거리는 악마의 꼬리를. 천사를 줍게 되다 07 연무장에는 많은 기사들이 훈련과 연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기초부터 검을 휘두르는 자가 있었는가 하면 2명씩 짝을 지어 대련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들을 처음보는 레이첼로써는 굉장히 흥미롭고 신기한 광경이였다. 지수도 검도를 배우느라 죽도를 휘둘러봤지만 이런식으로 진검을 들고 휘두르는 광경은 처음보는 장면이였다. 마치 금방이라도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이 생생했다. 마치 촌에서 갓 올라온 시골처녀처럼 두리번거리는 레이첼을 보며 가나와 칼은 작게 웃음 지었다. 연무장은 성안에 있기는 하나 천장이 없는 뻥뚤린 곳이라 햇빛이 쨍쨍했다. 그 때문에 다들 건강해보이는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레이첼을 그늘로 인내한 칼과 가나는 레이첼을 홀로 남겨주고 연무장을 뛰는 무리에 합류했다. 반복되는 연습은 굉장히 지루했다. 처음에는 신기한듯 처다보던 레이첼도 흥미가 떨어졌는지 무료하다는 듯한 얼굴이였다. 간간히 훈련중 생기는 에피소드에 웃음을 지을 뿐. 더위에 늘어질대로 늘어진 레이첼은 연심 하품을 하며 앉아서 꾸벅꾸벅 졸아댔다. 그런 모습을 아까부터 연무장에 들어설 때부터. 힐끔 거리던 기사들은 공통적이게 이런 생각들을 했다. 하품하며 조는 모습 또한 천사로구나 ..과연. 본색을 알면 저런 소리들이 나올까. 외모는 어디에서나 통하는 화폐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실감할수 있는 부분이였다. 저기..가나. 저 여자는 누구야 응 아. 피오네르.맞나 콘탄틴 공주님 말야. 피요네르.....맞을껄 뭐 공주 훈련을 받던 기사한명이 가나에게 레이첼의 정체를 물었고, 가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게 진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러자 모두들 크게 놀라며 레이첼을 처다보았다. 분명 아름답고 신분이 높아보이는 외모였지만. 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평민이였다. 딱 보기에도 자유분방해보이는 여자가. 예의바르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피요네르 공주라니. 일반 사람들이 생각한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판이 다르기에 다들 믿을수 없다는 눈치였다. 똑바로 정신 안차리나 가나 연무장을 뛰던 가나와 다른기사들은 앞에서 외치는 부단장의 고함에 모든 것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열중해야만 했다. 만약 뒤처지거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가는 호랑이같은 단장에서 박살나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였기 때문이다. 꾸벅거리며 졸던 레이첼은 앞으로 나자빠질 뻔하며 일어났다. 그런 레이첼의 모습에 기사들은 작게 웃음 지었다. 레이첼은 기지개를 쫘악 펴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심심해 반쯤 풀린 눈으로 중얼거리는 레이첼. 그녀는 이제 연무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남자들만 있는 공간이라 여기저기 지저분한 곳이 많았다. 레이첼이 안빨은 옷을 쌓아둔 곳을 기웃거린다거나 음식을 먹고 쌓아둔 그릇들 주변을 기웃거리면 괜시리 가슴이 철렁 거리는 기사들. 미인에게는 누구나 잘보이고 싶은 법이다. 기사들은 오늘 따라 오지 않는 시종들을 원망하며 건성으로 검을 휘둘렀다. 레드 드래곤 기사단의 제 3사단 단장인 클라온은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존재에 심기가 그리 좋지 않은 상태였다. 아까부터 나무 그늘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이제는 연무장을 이잡듯이 뒤지는 인물. 그 때문에 기사들은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클라온이야 검외에는 관심이 없는 재미없는 남자였기에 아름다운 레이첼의 존재가 무의미 했지만 다른 기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3사단을 이루는 사람이 거의다 용병 출신에 평민, 몰락 귀족 출신이였기에 고귀한 신분의 여인에게 실수라도 할까봐 아까부터 노심초사하고 있는 클라온이였다. 샤이나국의 레드 드래곤은 총 3사단으로 나뉘는데 그 중 혈통있고, 가문 있는 제 1사단, 그저 그런 가문의 자식이지만 귀족인 제 2사단.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병이나 몰락 귀족, 평민이 주를 이루는 제 3사단으로 나뉘었다. 샤이나 국은 가문이나 귀족, 평민, 용병 너나할 것없이 실력만 좋다면 입단할수 있는 곳이였다. 어려운 테스트를 통하여 자질을 인정받은 이들이 입단하고, 규모가 너무 커 3사단으로 다시 나뉘게 되는데. 은근히 깔려있는 차별로 인하여 출신식으로 사단을 나누고 있었다. 제 3사단은 용병, 평민, 몰락귀족 출신으로 은근히 무시받고 있는 사단이였다. 단장인 클라온은 몰락귀족 출신이다. 무시받는 경향이 있다해도 3사단은 차라리 편해했다. 지 잘난맛에 사는 우물안 개구리 도련님과 상종하고 싶지 않은 것이 그들의 심정이였다. 실력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기에 언제나 당당한 3사단. 그들은 평민과 용병사이의 우상이였다. 신분 계급의 사회이기 때문에 평민이 교육을 받거나 크게 출세할길이 없었다. 그러나 레드 드래곤 입단은 평민으로써, 용병으로써 귀족이 될수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했다. 큰 공을 세운다면. 그렇기에 다들 레드 드래곤에 입단하고 싶어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있는 기사들은 선택받은 인간들이였다. 실력으로는 1,2시단에 꿀리지는 않았지만 한가지 단점이라면 거친삶을 살아온 인간들이 대부분이라 성격이 거침없고, 다혈질이라는 것이였다. 매일같이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다반사이고, 저번에는 어떤 미친놈이 남작의 영애에게 추근거리고 억지로 어떻게 해보려 하다가 자리를 박탈당하고 쫓겨난 적이 있었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또 있을까, 훈련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며 레이첼의 대한 기사들의 관심을 끊으려 애쓰는 클라온이였다. 호 이게 칼이라는 건가 클라온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레이첼은 클라온의 손에 들려있는 검을 바라보며 클라온의 옆에 바짝 붙어 섰다. 훈련이기는 하나 목검이 아닌 진검을 사용하는 클라온이였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클라온은 화들짝 놀라며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푸른 눈동자에 드리워진 속눈썹의 음영, 햇빛에 유난히 반짝이는 금발, 우윳빛 피부에 살짝 부풀어오른 입술까지. 가까이서보니 그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고 다른이를 압도할만한 미모이기에 클라온은 잠시 넋을 잃고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이거 휘둘러 봐도 되요 예 예 아..예.. 클라온은 무엇에 홀린듯이 대답했다. 그 바람에 기사들은 클라온이 드디어 여색을 알게 된 것이라며 수근 거렸다. 휙휙 허공을 가르는 바람소리에 클라온은 정신을 차렸다. 으아아 방금 내가 뭘 쥐어준거야 속으로 절규하는 것을 잊지 않고.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배웠던 검도.. 레이첼은 그때의 감각을 되살려 검을 휘둘러 보았다. 검이 좀 무거웠지만 휘두르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다. 조금은 능숙하게 검을 휘두르는 레이첼. 그녀의 그런 모습에 혹시라도 레이첼이 다칠까 노심초사하던 기사들은 놀라워하며 레이첼을 처다보았다. 클라온의 검은 아무나 휘두를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검이 무거워 남자들도 처음에는 휘두르는 것을 힘들어하는 검이 아닌가. 그런데 가는 저 손목으로 검을 능숙하게 휘두르다니. 게다가 한두번 휘둘러본 솜씨가 아니였다. 정교하게 다듬은 실력은 아니였지만 엉성한 초보티가 나지 않았다. 공주라고 딱 떠올리며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름다운 외모에 휘황찬란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자태로 앉아 있는 여인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레이첼을 보면 마치 시장거리의 활기찬 소녀를 보는 듯했다. 저.저기 이제 그만 하심이.. 혹시라도 상처가 날까봐 클라온이 레이첼을 말렸다. 흐음 손에 착착 달라붙는게 좋은데. 나 매일와서 해두되죠 예..예 클라온 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동시에 외쳤다. 매일같이 이런 아찔한 광경을 봐야한다니.그것만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그러실 필요까지야. 게다가 조국으로 돌아가셔야하지 않습니까 괜찮아 어차피 가는 방법을 모르는 걸. 돌아갈수도 없고. 이거 시간 떼우기 딱이겠다 가나의 말에 레이첼은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기사들은 온갖 이유와 핑계를 대며 그녀를 회유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고집을 꺽을수는 없었다. 레이첼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08 낮익은 목소리에 레이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생각해보니.. 자식은 지금 도망자 의 신분이 아닌가 이런 돌대가리 한지수.이제 어떻게 처리할래 으아아아 레이첼은 속으로 절규하며 이안의 무시무시한 눈빛을 피했다. 갑자기 등장한 이안의 존재에 누군가가 폐.폐하시다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다들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서있는 사람은 이안과 이안의 뒤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에밀리, 그리고 레이첼 뿐이였다. 고개를 들고 하던일을 계속 하도록 이안이 말하자 일어나기를 머뭇거리던 기사들은 슬금히 일어나 연무장 한쪽으로 꽁무니 빠지게 도망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지금 황제의 심기가 굉장히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클라온도 막 일어나 가려는데 누군가가 클라온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애써 담담한 척하려던 레이첼이 차마 이안의 강렬한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클라온의 옷깃을 잡아당긴 것이다. 그 바람에 클라온은 이리저리 가지도 못하고 황제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으로 견뎌야만 했다. 레.이.첼 ... 지금 이게 뭐하는거지 보면 몰라 놀.잖.아 헉 하고 모든이들이 숨을 멈췄다. 반말.. 고개조차 제대로 들어 바라볼수 없는 황제에게 반말을. 게다가 성질 드럽게 잔혹하기로 유명한 황제가 아닌가 모두들 경직되어 두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너어. 아씨 야 툭까놓고 얘기해봐 내가 기계냐 인조인간이냐 마징가 Z냐구 무슨 방에만 처박혀서 공부공부공부 솔직히 말하면 나 고3때두 이렇게 안했어 맨날 일찍 일어나서 똑같은 일정에 뭐야 나도 놀아야하는거 아냐 지긋하다구 여기까지 와서 내가 왜 공부를 해야해 이안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이레이첼은 이안보다 한발 앞서 선수쳐 말했다. 원래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지 암암 지도 양심이 있으면 그러면 안되지 내가 공부벌레도 아니고 하루종일 공부만 하고 살아야해 나 수능본지 별루 안됐다니까 레이첼. 지금 어떤 남.자의 옷깃을 잡고 있는거지 응 이안은 레이첼이 수업을 땡땡이 쳤다는 사실보다 다른 남자의 옷깃을 잡고 있다는 사실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레이첼은 섬뜻하게 처다보는 이안의 눈빛에 무심코 움켜쥔 옷깃을 처다보았다. 클라온은 둘 사이에 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클라온을 바라보는 황제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였다. 이리와. 싫어 이.리.와 한글자 한글자 끊어 강하게 말하는 이안. 정말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여버릴 듯한 기세였다. ....잖아. 뭐 ..나..나. 혼낼꺼잖아 레이첼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20대로써 참.. 주책스러운 행동이였지만 겉모습은 16살 정도로 보이는 그녀의 행동은 귀엽기 그지없었다. 레이첼을 잡아다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게 할것이라 단단히 벼루고 있던 이안은 속으로 슬며시 미소지었다. 이 천인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순수하고 맑았다. 사색이 되어 달려온 에밀리에게 레이첼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가. 혹시라도 이 자유로운 새가 세상 밖으로 날아가 버렸을까봐.. 심장이 내려앉은 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천인을 발견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왕의 사냥터로 지정된 숲. 왕외에 모든이들은 이 숲에 출입할수 없으며 그 금기를 어기면 숲에서 길을 잃고 결국엔 죽게 된다. 선택된 자만이 들어갈수 있는 숲에서 발견한 천인. 전설에서나 등장할법한 천인은 아주 아름다웠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세인국의 공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미의 여신이 세상에 강림한듯한 모습. 그런 여인을 자신이 처음 발견하고 줍게 된것이 얼마나 다행인줄 모른다. 남에게 먼저 빼앗겼다면.....생각하기도 끔찍하다. 이안은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책임은 묻지 않겠어. 어서 이리와. 거.거짓말. 쉽게 용서하는 이안의 말에 레이첼은 강한 의심을 품고 경계를 풀지 않았다. 평소의 행동으로 보아 이런식으로 가볍게 넘어갈 이안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 남자가 마음에 든 것이 아니라면 이리와 빨리 안겨. 널 안고 방으로 돌아갈 것이다. ... 정말 그 남자가 마음에 든것이냐 이안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빛났다. 레이첼은 그런 이안의 모습에 움찔거렸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의 말대로 한다면 아무런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겠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아직 이르다 이.이안이 한가지만 내 부탁을 꼭 들어준다면.갈게. 부탁.. 응응 레이첼은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며 입술을 씰룩거렸다. 이안은 그런 레이첼을 보면서 작게 웃음 지었다. 일국의 황제를 상대로 이런 상황에서 당당히 요구거리를 요구하는 사람은 레이첼 밖에 없을 것이다. 이건 용감한 수준을 뛰어넘어 간이 배밖으로 나온 상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공부 . 공부는 좀 덜하구 싶고.. 검을 배우고 싶어 뭐 이미 결심을 굳힌 듯,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공부 말고 검술을 배우겠다는 레이첼. 이안은 처음엔 레이첼이 장난을 하나.하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진지한 눈빛에 곧 그말이 진심임을 느꼈다. 사실 이안으로써 레이첼의 말은 상당히 의외였다. 보고를 통해 레이첼이 공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매일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요구를 예상하기도 했었다. 요구라고 해서 값비산 보석을 달래거나 예쁜 악세사리를 선물해달라고 할줄 예상한 이안은. 역시 그녀는 다른 여자와 다르다.라고 생각했다. 검을 배우겠다니. 조금은 의외의 부탁.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으면 좋다. 레이첼처럼 외모가 튀는 여자는 제 몸하나 지킬줄은 알아야한다. 물론 그런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줄 이안도 아니였지만 만약이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이안은 크게 레이첼이 검술을 익힌다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레이첼이 괘씸해지기 시작했다. 글쎄.그건 좀 곤란한대.. 우 정말 그러기야 한번만 그렇다면 내 부탁하나를 들어준다면 허락해주지. 부탁.. 뭐 까짓것. 내가할수 있는 범위에서라면... 좋아. 내일부터 그리하도록 해. 레이첼은 뭔가 불길하고 찜찜한 예감이 들었지만 애써 그런 것들을 떨쳐버렸다. 레이첼과 이안은 지금 배우고 있는 과목을 한가지로 줄이고 나머지는 검술이나 자유시간을 갖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레이첼과 이안은 싱글벙글하며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각각 다른 생각을 하며.... 한편, 레이첼과 이안이 빠져나간 연무장에는. 횡한 바람만이 불었다. 자네 들었나 그럼.내가 귀병신인가. 당연히 들었지. 하지만 환청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네.. ..이안이라고...폐하의 애칭을 불렀다네..아는가. 들었다네...황제에게.그것도 난폭하게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우리 황제님께 반말을 하고 바락바락 대들기도 했지.. 그러게...콘탄틴 공주는 아니구먼....레이첼..이라고 했던가.. 과연 누굴까.. ........사람이기는 한거야.. 다들 여우에게 홀린 표정으로 한동안 훈련을 진행하지 못했다. 천사를 줍게 되다 09 챙챙 쇠와 쇠가 부딛치는 소리가 연무장에 울린다. 그날 뒤로 거의 모든 시간을 연무장에서 보내는 레이첼. 처음엔 여자와 함께 훈련 받기를 꺼려하던 기사들은. 레이첼의 독설 한방에 K.O된 상태였다. 입씨름으로 그녀를 이길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목검만 휘두르기를 반복하던 레이첼은 오늘 처음 진검을 들었다. 그냥 휘두르는 것과 검과 검을 맞대는 것은 매우 다르다. 제 3사단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클라온과 레이첼이 대련을 하였다. 십여년을 검을 잡아온 클라온과 이제 막 검을 잡기 시작한 레이첼의 실력이 확실한 차이를 보이기는 하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상대가 클라온으로 정해진 것이다. 혹시라도 힘조절이나 그런 것들을 조절하지 못하여 실전과 다름없는 대련을 하게되면 레이첼이 다칠수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실전과 비슷하면서 그녀의 몸에 상처가 나지 않게 각별히 주의를 해야했다. 클라온은 일부러 헛점을 내보이며 레이첼의 공격을 유도하고 있었다. 검을 잡은지 별로 되지 않은 초보치고는 굉장히 놀라운 실력이 였다. 가벼운 몸에서 나오는 빠른 스피드와 엉성하기는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기술. 그리고 여자로써 믿겨지지 않는 놀라운 괴력까지. 클라온은 대련중에 예전에 레이첼이 저지른 만행들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아마 나흘 밤낮으로 말해도 모자를 것이다. 화창한 날씨. 구름한점 없는 맑은 하늘에 솔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볼위를 간드럽히고 깔깔거리며 지나간다. 찬란한 태양의 신 아포른의 열기를 몸소 느끼며 그날도 어김없이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여성용 바지를 입고 긴 머리를 한갈래로 질끈 묶고 나타난 레이첼. 처음에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황제와 정말 친한 사이라면 엄청난 가문의 영애임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스스럼없이 황제를 대하는 이는 이 세상에 없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던 그들이였다. 물론.레이첼이 나타나기 전까지. 원래 귀족들의 영애들은 항상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매일매일 미모를 가꾸고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호호호 웃으며 티타임을 즐기고 파티를 좋아하며 사교계에서 죽치고 있는게 일반 생활이였다. 그런데 레이첼은 다른 영애라면 돈주고 시켜도 거부할 법한 차림을 당연한 것처럼 하고 나타난 것이다. 뭐..검을 배우는데 치마를 입고 할 노릇은 아니였지만 여튼간 충격적이였다. 몇일전 그녀의 시녀장이된 에밀리는 그런 레이첼을 도시락 싸서 쫓아다니며 말렸지만 그녀의 고집을 꺽지는 못했다. 연무장에서 거의 살다싶이 한 레이첼은 기사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았다. 그녀의 요구사항이였다. 연무장 10바퀴 돌기, 검 300번 휘두르기, 팔굽혀펴기 100번 등 여러가지 강도 높은 훈련을 했는데. 그녀는 운동장 10바퀴를 돌아도 숨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또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훈련을 앞장서서 선도해나갔다. 천인과 인간은 겉모습은 날개외에 다른 점이 없다. 엘프들이 인간과 비교했을 때, 겉모습중 다른 점이 귀가 뾰적한 것 이외에 거의 모든 것이 일치하는 것과 비슷했다. 겉모습이 같다고 모든 것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천인은 인간보다 뛰어난 감각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천인은 중간계가 아닌 천계에서 살던 생물이기에 중간계의 생물처럼 산소라는 것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그런것들. 아니 레이첼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조차 모르는 기사들 사이에서 레이첼은 공공연하게 괴물 이라고 불리우고 있었다. 챙 윽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클라온은 강하게 내리치는 레이첼의 검을 간신히 받아내었다. 기강이 헤이해진걸까. 대련중에 다른 생각을 하다니. 클라온은 방심한 자신을 탓하며 칼을 칼집에 넣었다. 레이첼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뭐. 그래요. 클라온. 클라온이 나보다 실력이 월등히 높은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예요. 알죠 아.예 죄송합니다. 생긋 웃으며 말하는 레이첼. 클라온은 진심어린 사과를 건냈다. 그러자 레이첼은 사과를 받기 위해 한 말은 아니였다며 웃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 그런 레이첼을 클라온이 유심히 처다보았다. 레이첼이란 인물에 대해여 클라온이 유추해낸 그녀의 대한 판단은. 겉보기와 다른 사람 이다. 겉으로는 정숙하고 우아하고 조금은 고지식한 여자로 보일지는 모르나, 여태껏 겪어온 그녀의 성격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쾌활하며 밝고 긍정적이며 놀기를 좋아하고 자유롭고.자존심이 쎄서 지기를 매우 싫어하는 성격이였다. 그렇기에 처음에 그녀와 함께하기를 꺼려하고 경계하던 이들도 그녀 그런 성격때문에 경계를 풀수 있었던 것이다. 훈련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레이첼님 멀리서 시녀장인 에밀리가 레이첼을 불렀다. 막바지라고는 하나 아직 훈련이 끝나려면 1시간이 남았는데.. 항상 훈련이 끝나는 시간에 오던 에밀리가 조금더 일찍 온 것이다. 에밀리를 발견한 레이첼은 눈쌀을 찌푸리며 오늘 아침 에밀리가 한 말을 상기시켰다. 오늘 밤엔 왕께서 연회를 여신다고 합니다. 레이첼님께서도 꼭 참석하시라고 하셨으니, 오늘은 기사들과 땀 흘릴 생각마시고, 피부마사지와 화장을 하고 머리를 가꾸셔야해요 라고 단호하게 외치던 에밀리. 하지만 레이첼은 고집을 부려 에밀리의 손에서 간신이 빠져나왔다. 사실상 레이첼의 고집을 꺽을수 있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굳이 있다고 친다면 그녀의 자칭 주인인 이안정도. 한번 고집을 부렸다하면 끝까지 밀고나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녀의 고집은 황소고집 저리가라였다. 훈련에 참석하는 대신 좀 일찍 나와 몸치장을 하기로 에밀리와 약속했기에 어쩔수 없이 레이첼은 울상이 되어 훈련을 마치게 되었다. 레이첼이 방에 도착하자마자 달려든 시녀들은 그녀를 우선 욕탕으로 대려가 목욕을 시켰다. 연신 피부가 좋다는 둥 머릿결이 좋다는 둥 떠들어대는 시녀들의 입담에 레이첼은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였다. 레이첼의 몸은 도대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것인지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는데도 군살하나 생기지 않았다. 매일 햇빛에 나가있는대도 불구하고 피부가 타기는 커녕 점점 하애지는 것 같았다. 향긋한 향기가 나는 정체불명의 물로 목욕을 한 뒤, 레이첼은 화장대 의자에 앉혀졌다. 몇명은 그녀의 머릿결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머릴 말렸고, 몇명은 걸쭉한 무언가를 레이첼의 얼굴에 발랐다. 앞머리를 까고 무언가를 바르고 있는 레이첼의 모습은 영락없이 팩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모습과 흡사했다. 머리가 다 말라갈 쯤, 얼굴에 발랐던 것도 다 말라버렸고, 시녀는 레이첼의 얼굴에 붙어있는 것을 떼어내고 젖은 천으로 그녀의 얼굴을 꼼꼼히 닦아주었다. 그동안 에밀리는 어디에서인지는 모르나 무언가를 잔뜩 가지고 왔는데.. 엄청나게..휘황찬란한 드레스들이였다. 마.말도 안돼 설마 그걸 나보러 입으라는 건 아니겠지 천사를 줍게 되다 10 양도 양이였지만 치마를 입고 얼굴을 들고 다닐수 없이 사치스러운 드레스들이였다. 물론 레이첼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얼른 입어보세요. 시간이 없으니까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세요. 에밀리는 레이첼을 재촉하며 말했다. 레이첼은 심각한 표정으로 드레스를 처다보다가 가장 단아하고 수수한 하얀색 드레스를 골랐다. 단아하고 수수하다고 하여. 꼭 말뜻처럼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엄청나게 화려한 것들 중. 정말 레이첼 평생에 보지 못한 옷들이였다. 그 중에서 그나마 가장 수수해 보였다는 뜻이다. 한눈에 보아도 비싸보이는 고급 옷감에 가슴선을 강조한 선. 어깨를 드러내보이는 상체에 정가운데에 박힌 다이아몬드. 엉덩이를 끝으로 넓게 퍼저 주름이지고, 살짤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길이가 대각선이였고, 끝부분이 길어 뒤에가 끌렸다. 그.나.마 수수한 옷이였기에 레이첼은 군말없이 그 옷을 입었다. 옷을 갈아입은 레이첼은 또다시 화장대 앞에 앉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녀들. 그녀의 머리 양쪽을 조금만 잡아 3갈래로 딴다음 가운대로 가지고와 반묶음하여 나비모양의 루비가 박혀있는 장식을 달고. 달군 쇠막대기로 조금씩 뒷머리를 잡아 쇠막대기에 돌려감아 머리를 파마하는 식으로 만들었다. 레이첼이 살던 지구식으로 말하자면 고대기 같은 것이였다. 두명의 시녀가 레이첼의 머리에 매달릴 때, 에밀리는 그녀의 얼굴에 옅게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 워낙에 미모가 출중한 지라 진한 화장은 오히려 아름다움에 독이 될수도 있는 법이였다. 가볍게 분을 바르고, 입술에 체리를 빻아 말려 가루로 만든것을 다시 물로 탄것을 바르고, 눈썹을 살짝 올려주었다. 이것도 열을 달군 작고 얇은 쇠막대기로 해야했기에 신중에 신중을 다하여 실수 없게 해야했다. 그렇게 화장을 마친 뒤, 에밀리는 또 보석을 쫙 펼쳐놓고 레이첼의 귀에 이것저것 가져다가 대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레이첼의 귀가 뚤려 있었기에 물결 무늬에 끝에 루비보석이 달린 귀걸이를 할수 있었다. 이것도 레이첼이 박박 우겨 가장 수수한 걸로 한 것이였다. 귀걸이와 한 셋트로 된 목걸이를 텅빈 썰렁한 목에 걸치고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에는 레이첼의 머리에 하얀색 천을 씌웠는데. 꼭 성당같은 곳에서 많이 보는 그런 천이였다. 다만 틀린 것이 있다면 얼굴까지 가린다는 점일까. 정말 희안하게도 분명 눈이 가려지는대도 불구하고 앞이 보인다는 점이였다. 이건 왜하는거야 불편한대. 폐하께서 직접 지시하신 것이니 답답하셔도 조금만 참으세요 에구 늦었네. 레이첼님 얼른 오세요. 서두르셔야해요. 에밀리는 호들갑을 떨며 레이첼을 닥달했다. 그리고 에밀리와 레이첼은 서쪽 성을 빠져나와 연회장으로 가기 위해 마차에 올랐다. 처음으로 성을 빠져나온 레이첼은 처음보는 왕성의 규모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자신이 묶고있는 서쪽성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는데. 왕성의 전체 규모는 서쪽 성같은 것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왕성은 왕이 머무는 본성과, 후궁들이 머무는 동,남,북성. 그리고 정비. 즉 왕이머무는 곳이 서쪽 탑이였다. 실질적으로 왕이 인정한 왕비가 머무는 성이라는 것이다. 서쪽성이 왕비가 머무는 성이다 라는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나, 샤이나 국 오랜 전통중 하나였다. 서쪽성에 머무는 것이 왕비가 아닌 후궁이였다해도 언젠간 서쪽성의 주인은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그리고는 꼭 왕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후궁들의 소망은 서쪽성을 차지하는 것이였다. 약 10분정도 마차를 타고 가 내린 곳은 아름다운 장미정원과 둥그런 모양의 낮은 건물. 에밀리는 레이첼을 건물의 문앞까지 대려다주었다. 그곳에는 클라온이 있었다. 클라온님이 레이첼님의 호위를 맡아주실 겁니다. 건물까지야 칼을 들고 갈수 없으니 어쩔수 없지만, 산책을 하실 생각이시라면 꼭 동행하셔야 합니다. 저는 더이상 들어갈수가 없습니다. 레이첼님께서는 물을 열고 들어가신 후 그냥 복도를 따라 쭉 걸어가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라고 말하며 시녀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클라온은 건물 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겠노라 했지만 레이첼은 막무가네로 클라온을 끌고 들어갔다. 원래 파티와는 거리가 먼 클라온이였지만 레이첼의 성격을 잘 알기에 속으로 한숨을 쉬며 레이첼과 안으로 들어갈수 밖에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긴 복도가 나왔고, 복도를 걸어 끝으로 가자 아치형태의 얇은 . 약간 안이 비치는 커튼이 달린 문이 나타났다. 안으로 검을 가지고 들어가실수 없으십니다. 문에 서있던 시종들중 한명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클라온은 말없이 검을 건네며 이름을 이야기 했고, 검을 파란천에 싼 시종은 무언가의 표시를 해놓았다. 저..실례된 말씀이지만. 성함이. 검을 받아든 시종의 옆에 있던 시종이 물었다. 사색이 되어 묻는 폼새가 참으로 안쓰러웠다. 원래 연회장에 들어가는 귀족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도착을 알리는 것이 시종의 할일이였다. 그래서 항상 거의 모든 중앙귀족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그였다. 하지만 오늘 처음 서쪽성에서 나온 베일에 가려진 레이첼을 그가 알리가 없었다. 말하기 귀찮은데...그냥 들어가면 안되요 예예 그..그러셔도 됩니다.. 옥구슬 은쟁반 굴러가는 목소리보다 더 곱고 아릅답고 청아하고 영령한 목소리. 게다가 한낮 미천한 시종에게 존댓말을 하는 귀족은 처음보기에 시종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대게 자신의 이름을 모르거나 얼굴을 모르면 귀족들을 크게 화를 내며 시종에게 큰 벌을 내렸다. 평은 혹은 노예, 시종, 시녀를 벌레만도 못하게 보는 그들로써는 지극히도 당연한 일이였다. 이번일로 인하여 큰 문책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종의 예상은 어이없게 무너져버렸다. 클라온의 검을 받아들었던 시종도 크게 놀란 눈치였다. 레이첼과 클라온은 그런 두사람을 뒤로 하고 안으로 소리소문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삼삼오오 모여서는 수다를 떠는 귀부인들. 미인의 눈길을 어떻게 끌어볼까, 하고 궁리하는 귀족가의 도련님들. 그런 남자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어떻게해서 힘있는 자를 꾀어낼까 하고 고민하며, 한쪽에 모여 부채를 들고 도도히 서있는 귀족가의 아가씨들.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하기 위해 자신에게 이득이 될만한 이와 친분을 쌓는 이들. 큰 권력을 가진귀족중 누가 정권을 가지게 될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제각각의 사람들이 거짓의 가면을 쓰고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레이첼은 한쪽 구석에 서서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클라온이 그림자같이 뒤따랐다. 레이첼은 연회라는 것을 처음 참여해보는 것이기에 모든 것이 신기한듯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천사를 줍게 되다 11 요즘 귀족들 사이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서쪽성을 차지한 여자에 대한 것이였다. 몇일 전부터 공공연하게 귀족들 사이에서 나돌던 소문은 진실의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지 더욱더 무성하게 소문만 날뿐이였다. 황제가 너무 아껴 남들에게 보여주기가 싫어 꽁꽁 싸매고 있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였다. 엄청난 미인에 타국인이 아니면 평민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귀족의 영애중 왕의 눈에 들었다면 그녀의 신분이 비밀로 간직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근수근거리면서 서쪽의 정체불명의 여자에 대해서 자신이 들은 바를 다른이에게 전달하는 귀족들. 그들중에 굉장히 심기 불편한 얼굴로 있는 여자가 있으니. 옆에서 온갖 아양을 떨어대는 귀족들의 말을 모조리 씹고 와인을 음미하며 생각에 빠져있는 여자. 이안의 후궁인 로렌시아 카이넨 폰 로스아르였다. 로렌시아 가문의 영애로써 여자치고 엄청난 야망의 당돌하고 당찬 여자였다. 그녀는 손톱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으며 불편한 기색을 표현했다. 이안에게는 한명의 정실 부인과 두명의 후궁이 있었다. 원래 황태자 시절 어느정도 나이가 차면 정실부인을 두는 것이 관례였다. 한참 정실부인을 두는 것을 꺼려하고 또 여자라는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이안이기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늙은 신하들의 등쌀에 밀려 정식 결혼을 안한다는 전제하에 명분상의 정실부인을 얻었다. 그리고 왕 다음으로 권력있는 4계의 대공중 두명의 영애를 후궁으로 맞이하였다. 물론 여기서도 대공들이 거의 딸을 가져다가 바치는 식이였다. 원래 시대가 시대인지라 여자의 권리가 약했다. 귀족의 딸들은 지휘높은 남편을 만나는 것이 최대의 희망사항이였다. 그렇기에 이안은 그녀들의 좋은 표적 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쁘다는 절세미인이 접근해도 이안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였다. 결국 억지로 떼쓰듯 후궁의 자리를 꿰찬 로아로써는 서쪽 성의 여자는 굉장히 거슬리는 존재였다. 듣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났다. 도대체 누구지. 카르만 자작의 영애가 행방불명이라던데.설마. 아니야 아니야, 그렇게 되면 유카르튼 자작도 상당히 의심스럽지. 그의 영애가 외출을 안한다지. 요즘. 어떤 년인지..보이기만 해봐라. 감히 나의 자리를 꽤차고 앉아있다니. 그녀의 눈동자가 한순간 섬뜻하게 빛났다. . . . 한편, 레이첼은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었다. 도수 낮은 칵테일이 들어있는 잔을 만지작 거리며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얼마나 많은 돈을 처바른거야 나참. 완전 돈지랄이군.돈지랄이야 에휴.지루해 왜 여기 오라고 한거야. 레이첼은 심히 얼굴을 구겼지만 천에 가려 얼굴표정이 남에게 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레이첼에게 가있는 시선은 상당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앉아있는 그녀였지만 귀족들은 그녀를 힐끔거렸다.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신비성과 하나하나 행동하는 모든 것이 품위있어보이고 우아했다. 칵테일 잔을 잡는 손가락은 가늘고 길고 섬세했다. 남들의 시선을 확 사로 잡는 레이첼은. 천때문에 음식을 먹지 못한다며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품위나 우아나. 전혀 그녀가 의도한 행동이 아니였던 것이다. 이럴때만 마치 천상이 귀족같아 보이는 그녀였다 그녀를 힐끔거리며 그녀를 관찰하는 귀족들. 특히 젊고 패기차고 호기심 많은 귀족가의 도련님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내보였다. 순백의 수수한 드레스. 비록 얼굴은 안보이지만 왠지 감이 좋달까. 천 밑으로 흘러내려와 있는 블론드 머리카락은 그 어떤 금발보다 순수한 색을 띄었다. 호기심에 물든 표정으로 차마 옆에 있는 무표정의 기사탓의 기에 눌려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그들이였다. 마치 말을 거는 행위가 금기라도 되는 마냥 여겨졌다. 저기 내이름은 로렌시아 카이넨 폰 카지아노이오. 실례하겠다만, 레이디의 성함이 무엇인지 알수 있소 그런데 금기처럼 여겨지던 것을 깨는 용감한 이가 나타났으니. 평소에도 여색에 미쳐 방탕한 삶을 즐기고 있는 로아의 오라버니. 즉 로렌시아 카이넨 폰 카지아노였다. 그는 로렌시아의 가문의 둘째로 태어나 흉폭한 성격으로 평민들 사이에서 평판이 아주 나쁜 사내였다. 또한 마을의 예쁜 처녀를 발견하기만 하면 강제로 몸을 취하고,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는 등 아주 질이 떨어지는 남자였다. 얼굴을 붉히고 그 잘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로, 얼굴을 붉히며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은 그의 본모습을 아는 이들로써 꼴보기 싫을 정도 였다. 카노의 질문에 천을 뒤집어 쓴 여자는 잠시 말을 없었다. ..고귀하신 분께 이야기해드릴수 없는 미천한 이름입니다. 질문을 거두어주십시오. 굳게 닫혀있던 입이 열렸다. 다들 속으로 헉 하며 놀라워했다. 맑고 청령한 목소리는 꾀꼬리소리보다 더욱더 고왔고, 아름다웠다. 역시, 하며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며 차라리 눈총을 받아도 말을 걸껄, 하며 후회하는 남자들. 하지만. 레이첼의 속사정은 이러했으니. 이 자식 뭐야. 왜 갑자기 와서 말을 걸어 그것도 얼굴은 왜 붉혀 진짜 느끼하게 생겼네 아 이 몸의 미모에 취해 달라붙은 날파리라 이건가 훗 . 이 몸의 인기란.크크크 근데 진짜 기분 나쁘게 생겼네 이름을 말해달라라..말해달라고 하면 말해줄 것 같아 게다가 하오체라니. 초면에는 존댓말이 예의인거 모르나 아. 동방 예의지국에서 자라온 나로써는 용납되지 않는 행위이군. 넌 헌팅상대로써는 영 꽝이야 미팅상대로는 폭탄이겠군 ..철저하게 공주병에 걸린.그녀였다. 몇일 전만해도 이 몸은 내몸이 아니니 주인이 돌아 올 때까지 소중히 다뤄야지. 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아닌가 정말. 여자란 어쩔수 없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한편, 레이첼의 옆에 서있던 클라온은 웃음을 참느라 더욱더 엄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고귀하신 분들께는 이야기해드릴수 없는 미천한 이름입니다. 질문을 거두어주십시오. 라니. ..고귀하신 분들께는 이야기해드릴수 없는 미천한 이름입니다. 질문을 거두어주십시오. 라니. 드디어 레이첼이 미친 것인가. 저렇게 정숙하고, 침착하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라니 평소에 괴력을 보이며 가나와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드는 그녀의 모습을 보아왔던 클라온으로써는 그녀가 굉장히 가증 스러워 보이는 순간이였다. 너무 낮춰대하시니 부담스럽소. 하하하. 그러지 마시고 성함이라고 알고 싶으니 성함이라고 알려주시오. 죄송합니다. 함부로 내뱉을수 있는 이름이 아니옵니다. 제발 아무것도 묻지 말아주세요. 살짝 떨리는 목소리. 카노는 그녀가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쾌제를 불렀다. 분명 이여자는 자신을 알아보고 부끄러워하며 튕기는 것이라고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첼은 그의 느끼함에 분노를 억누르며 살짝 목소리를 떨었을 뿐 아무것도 아니였다. 단순히 카노혼자 땅을 파고 들어가 눞고 있었던 것이다. 떡줄 놈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딱 그격이였다. 레이첼은 속으로 카노에 대한 욕을 궁시렁 궁시렁 거리며 그를 씹어댔다.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지기는 했으나, 천에 가려져 카노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이름 하나가지고 너무 비싸게 구는군. 훗. 그는 거만한 표정으로 비웃음의 어조를 날렸다. 자기 딴엔 중얼거린다고 뱉은 말이였지만, 청력이 뛰어난 레이첼의 귀에 안들릴 리가 없었다. 한순간 레이첼은 살인충동이 무언인지를 깊게 깨달을수 있었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를 반 죽여 놓을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지금은 참지만. 네놈.. 밤길 갈때 뒷통수 조심해라 레이첼은 광분하고 더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았고, 클라온은 귀족에게 직접적으로 제제를 가할수 없어 눈치를 주었지만 카노는 눈치없게 계속 레이첼에게 추근 거렸다. 거의 레이첼의 불같은 성격이 폭발하려는 직전에.구원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황제폐하, 드십니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12 모든 귀족들이 일어나 몸을 굽혀 예를 갖췄다. 얼떨결에 레이첼도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죽였다. 왕. 즉 이안이 모습을 드러내고 10초 다들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이안은 말없이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왕좌에 올라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잽싸게 달려오는 여인. 바로 로렌시아 카이넨 폰 로스아르였다. 그리고 정실부인인 케르안공작의 딸 미네르아 레그나 소피아였다. 몸이 약하고 온순하며 착하고 조용한 성격인 그녀는 수줍은 얼굴을 하고 조용히 이안의 옆에 섰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선 사람은 세인트 유리 페이라. 세인트 공작 가문의 영애이자 동물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에 밝은 여자였다. 세가지의 성격이 전혀 다른 여자가 이안의 옆으로 몰려들었다. 하나같이 절세 미인들이였다. 붉은 머리의 도도해보이는 외모의 로아, 온순하고 착해보이는 눈매의 갈색머리칼의 소피아, 그리고 맑고 푸른 머리칼의 외모가 조금 딸리지만 선량해보이는 페이라. 그 모습을 본 레이첼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뭐야. 저 바람둥이는. 쳇.. 나한테 추근거릴때는 언제고 저리 여자가 많담 넘어갔더라면. 큰일날뻔 했네 나쁜놈.나쁜놈. 나한테 작업걸땐 언제고 이젠 신경도 안쓴다 이거지 앗. 눈 마주쳤다. ..어쭈 지금 방금 내 눈길을 피한거야 오호라 니가 그렇게 나간다 이거지 앙 속으로 온갖 이안의 욕을 다하던 레이첼은 이안과 눈이 마주쳤다. 괜시리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움찔 한 레이첼. 하지만 이안은 곧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울컥 하는 감정과 함께 억울한 마음이 드는 레이첼. 그래 한순간의 유희였다 이거지 크흐으윽. 여기서도 찬밥신세구나, 한지수. 저런 놈이 작업건다고 반넘어간 너는 뭐얏 솔직히 레이첼은 평생에 자신과 인연이 있을까 말까한 저런 완.벽.한 놈이 작업을 걸어오니. 속으로는 반정도 넘어갔지만 겉으로는 튕겨주고 있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이제 자신을 거들떠도 안본다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역시. 여자란 존재는 알다가도 모를 갈대와 같은 것이다. 사실 레이첼은 굉장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이안에게는 세명의 여자가 있었지만, 그것은 왕으로써 신하들의 명령을 받아들인 것 뿐. 그녀들의 몸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 첫날밤에도 이안은 업무를 처리했을 뿐 그녀들의 궁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공공연하게 이안이 여자는 안지 못하는 몸이라며 수근거리는 귀족들이 있을 정도였다. 또한 방금 레이첼의 반응은 굉장히 민감한 반응이였다. 이안은 한참을 레이첼을 바라보다가 누군가가 이안에게 말을 걸었기에 시선을 돌린 것 뿐이였다 하지만 질투에 미친 레이첼의 눈에 그것이 보일리 만무했다 그런것들을 전.혀 모르는 레이첼은 속으로 온갖 망상들을 떠올리다가 결국 제 분에 못이겨 자리에서 앉았다. 그녀가 앉자마자 그녀의 주위에서 알짱 대던 많은 남성들이 레이첼에게 몰렸다. 안녕하십니까. 레이디. 저의 이름은 이르카노 안티드... 저는 샹디아 콘 빌체르 가문의 장자인... 안녕하십니까. .. .. 도저히 알아들을수 없는 말들을 오고갔다. 너무 많은 질문에 레이첼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고, 갑자기 몰려든 남자들의 행동에 클라온은 당황한듯 보였다. 주변에 있던 귀족의 아가씨들은 그런 레이첼을 보고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다. 실례되지만 얼굴을 한번 보여주실수 있으십니까 한 남자의 질문에 자기가 잘났다는 이야기만 떠들어대던 남자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말 대신 초롱초롱하고 아 주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레이첼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무엇이 잘났길래 자신을 이래라 저래라하는걸까 또 얼마나 자기가 잘났길래 그렇게 자기 자랑을 떠들어대는건지. 어차피 태어나 죽게되는 것은 똑같은데 말이다. 레이첼은 무언가 변명의 말을 할까.하고 고민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만약 레이첼의 얼굴을 남자들이 본다면 더욱더 그녀를 귀찮게 달라붙을 것이 틀림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레이첼은 그렇게 확신까지 하고 있었다. 대단한..자신감이라고 밖에.표현할 길이 없는 작가이다. 할말 없음 음.그러니까 제가. 폐하의 명으로 부득이하게 얼굴을 가리게 되었습니다. 절대로 벗지말라는 명이 계셔서.만약 얼굴을 내보이면 제가 문책을 받을수도 있답니다. 죄송합니다. 레이첼이 간신히 이안을 앞세워 핑계를 댔다. 물론 50 의 진실과 50 의 거짓을 섞어서. 황제 폐하의 명이시라니.무슨. 모든이의 궁금한 점을 한 남자가 물어왔다. 레이첼은 또 어떻게 대답해야하나.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말 끝까지 귀찮게 하는 인간들이였다. 그게...음.... 레이첼이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어 쩔쩔매고 있는데. 구원같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레이첼, 이리와. . . . 이안은 아까부터 굉장히 심기가 불편했다. 옆에서 쫑알대는 여우 한마리와, 수줍은 듯 얼굴로 자신을 처다보는 양 한마리나,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인 토끼한마리나. 모든 것이 그의 안중에는 없었다. 오직 그의 시선과 관심을 사로잡는 존재. 레이첼만이 그의 시선을 사로 잡을 뿐. 아까부터 힐끗거리며 아니 대놓고, 레이첼을 처다보고 있었다. 레이첼 주변에 몰려드는 남자들. 그녀를 보며 반짝이는 눈동자를 뽑아버리고 싶다. 그녀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를 빼앗아버리고 싶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쫑알거리는 대신들과, 엉겨붙는 여자들. 자신을 향해 끈적거리는 시선을 보내는 귀족의 영애들까지. 분명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이 있는 자라면 치마를 걷고 침대위에 올라올 가증스러운 인간들. 아니..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딸을 자신의 눈에 들게 하기 위해 그런 짓도 서슴치 않게 할 귀족들. 이안은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동물처럼 본능에 충실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천인처럼 선한 것도 아니며, 엘프처럼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인간아닌 마족들도 계약의 맹세탓에 진실말을 이야기 한다. 물론 교묘하게 인간을 악의에 빠트리지만. 이안은 자꾸만 시선을 거두려해도 저절로 가게 되는 곳을 처다보았다. 그곳에는 레이첼이 남자들 틈에 쌓여 쩔쩔 매고 있었다. 결국 참지 못한 이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쫑알 쫑알 거리고 있던 로아가 의야한 눈빛으로 이안을 처다보았다. 이안은 빠른 걸음으로 사푼히 레이첼의 곁으로 갔다. 가는 동안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그에게 따라붙는다. 그리고. 레이첼, 이리와. 이안을 발견한 레이첼의 표정을 눈에 띄일만큼 밝아졌다. 곤란한 질문을 받고 있어, 레이첼에게는 이안이 구세주로 보이는 순간이였다. 청년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이안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모두들 흥미롭다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레이첼과 이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나 레이첼. 피 저기서 여자들 틈에 쌓여서 즐거워 보이던데 응 여기는 어연 행차실까 허어어억 헉 귀족들은 짧게 숨을 멈췄다. 연무장의 기사들과.. 동일한 반응이였다. 빈정거리며 반말을 서슴치 않게 내뱉는 레이첼. 귀족들은 경악에 찬 얼굴로 재빨리 이안의 동태를 살폈지만 그는 게이치 않은 표정이였다. 뭐야..질투하는 거야 씨익 그리고. 이안의 비웃는 웃음이 아닌, 진정한 웃음을 보고 또 한번 경악했다. 엘타니아.S.이크리안. 그도 사람이였던 것이다 어이어이 이봐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13 이세상에도. 그에게 스스럼없이 대하고. 또 반.말을 하고.빈정거릴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던 것이다 모든 이들이 이렇게 생각했다 저 여자도. 틀림없이.괴.물 일것이라고. 엄청난 반응이라고 생각하겠지만....어쩌면 그들에게는 당연한 반응이였다. 원래 중앙집권체제는 귀족의 권력이 세지면 왕권이 약화되고 왕권이 강화되면 귀족의 수축되는 그런 경향이 있다. 왕권이 약하며 강해지는 것은 귀족의 힘. 그래서 항상 귀족들은 은근히 왕을 압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이안은 그런 귀족들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물론 죽여버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모든 권력을 교묘한 방법을 이용하여 모두 회수하고 그들의 뿌리를 뽑아버리면서 정치적 목숨을 모두 앗아버린 것이다. 당연히 다들 이안의 앞에서면 고양이앞에 생쥐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안은 생쥐가 궁지에 물리면 고양이라 할지라도 살려 발악한다는 것을 알기에 적당히 풀어주고 죄어오며 했다. 완전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쥐어주고, 뺏고, 쥐어주고, 뺏고 하는 사악한 인간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귀족들은 그를 무서워했다. 그런 그에게. 반.말을 하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모든 귀족들이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을 주시한다. 누...누가 네..네까짓것한테 질투를 한다는거얏 앙탈진 목소리. 그녀가 이안을 째려보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다들 주신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했다. 네까짓것이라니... 째려본다니 그들은 진심으로 저 어린 소녀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성질 개차반으로 유명한 저 젊은 황제는. 분명 그녀를 죽이라 명할 것이다 모두들 이안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 긴장한 표정으로 처다보았다. 훗.. 우리 부.인은 질투도 많아라. 그러지말라고. 밤.에 열심히 봉.사 하잖아 이안의 말에 레이첼의 얼굴이 화르륵 붉어졌다. 부.부인. 밤에.보옹사 레이첼은 차마 경악하여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붕어처럼 뻐끔거렸다. 한편, 귀족들도 레이첼과 별반 다를 것없는 반응을 보였다. ...사회적 체면도 잊어버리고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부.인이라는 말과 밤이라는 말과 봉.사라는 말을 유난히도 강조하여 강하게 말하는 이안. 모두들 주신을 찾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안의 행동에 패닉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오직 한사람. 로아만이 레이첼을 죽어라 노려보고 있을 뿐. 레이첼에게 추근 거리던 남자들은 꽁지 빠지게 도망가버렸다. 사색이 되어 구석에 찌그러진 그들의 모습은 꽤 볼만했다. 황제의 여자에게 추근 거리다니. 자신이 미쳤다며 고개를 흔들며 아까 자신들을 노려보던 황제의 살기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 다시는 그런 끔찍한 경험을 겪고 싶지 않은 그들이였다. 그에 반명 이안은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만인의 앞에서 레이첼에게 당.당.히 자신의 여자라 공표한 것이다. 스스로 인정한 부인. 그것은 곧. 레이첼이 왕비가 될 것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아무도 눈치 채지못할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는 자신의 왕자 옆에 레이첼을 앉게 하고는 그녀의 머리를 만지작 거리는 이안.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와 말을 걸었다. 50대정도로 보이는 노인이였는데, 콧수염을 양쪽으로 기르고는 쫙 찢어진 눈매가 기분 나쁜 노인이였다. 그는 바로 로렌시아 카이넨 폰 가문의 가주. 즉 로아의 아버지인 데르빌 공작이였다. 폐하, 미천한 종. 로렌시아 카이넨 폰 데르빌 인사올립니다. 오랜만이군. 데르빌 공작. 예.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뭐.그럭저럭 무슨 일이지 아까분명 데르빌과 인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신에게 접근한 그를 경계하는 이안. 데르빌을 만만하게 볼 인간이 아니였다. 그는 속에는 능구렁이 100마리는 담고 사는 인간일 것이다. 이안의 덫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그. 탐욕으로 물든 그는 이안에게 굉장히 불쾌한 인간이였다. 물론 그의 딸 로스아르도 똑같았다. 하여튼 로렌시아 가문이라면 치를 떠는 이안이였다. 로렌시아 카이넨 폰 로스아르를 자신에게 떠맡기듯 넘겨버린 인간도 바로 데르빌이였다. 데르빌은 살벌하게 눈을 빛내며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옆에 계신 숙녀분에 대해서 알고 싶어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오게 되었습니다. 실례지만, 황제폐하께서 부.인이라고 칭하시는 그 분은 어느 가문의 영애인지요. 그는 직설적으로 자신의 뜻을 밝혀왔다. 말은 그럴싸하게 포장했겠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니까, 자신의 딸은 어디다가 내팽겨치고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온 여자를 꽤차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 였다. 특히 이름이 아닌 어느 가문이냐고 물어보는 것을 보면 그의 의도를 확실하게 알수 있었다. 아아. 데르빌. 자네는 소식이 늦군. 여기있는 여인에 대해서 다들 궁금하겠지. 시니어스 리온 레이첼이지. 시니어스 가문의 영애시란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유다공작께서는 자식이 없지 않습니까. 역시 자네는 소식이 늦은가보군 이번에 유다공작이 양녀를 얻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는가 소식이..늦기는 개뿔. 이안은 피식 피식 비웃음을 던지며 말했다. 그의 말은 연회장에 있는 모든이들이 처음 듣는 말이였다. 몇몇 이들이 유다공작이 양녀를 얻었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으나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이였다. 그..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폐하. 데르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러갔다. 그런 그를 보며 이안은 비웃음 싹 지우고는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이 세계에 있지도 않은 아버지가 생겨버린 레이첼은 얼떨떨해보였다. 아버지 유다공작 우리 아버지는 지구에 잘 계시는데. 왠 아버지 시니어스 가문이라고 양녀 이게 다 무슨 말이야 현재 레이첼은 혼란스러웠다. 뱀같이 징그러운 이미지의 남자가 와서 자신을 쏘아보며 누구냐고 묻더니, 이안이 시니어스 가문의 양녀란다. 그녀로써는 처음 듣는 얘기니 어벙벙할수 밖에 없었다. 이안.무슨 말. 그냥 지금은 잠자코 있어. 조금 있다가 설명해주지. 잔뜩 물어보려는 레이첼을 이안이 저지했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레이첼에게 다음에 말해주겠노라, 약속을 하고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레이첼은 궁금한 점이 굉장히 많았지만 다음에 말해주겠다고 하니 궁금증을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연회는 한참동안 계속 되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연회에 집중하지 못하고 모두들 레이첼에게 은근슬쩍 시선을 던졌다. 그녀의 정체나. 그녀의 얼굴이나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녀의 출현으로 인하여 변할 권세라던가. 모든 것들이 미지수였다. 그녀가 얼마동안 황제의 관심을 끌수있을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렇게 그날. 레이첼은 공식적으로 이안의 진짜 정실부인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14 오랫동안 계속 되는 연회. 레이첼은 이런 자리가 불편하기만 했다. 괜히 이안은 이런곳에 나오게해 자신을 불편하게 한다며 투덜거렸다. 입술을 약간 삐쭉 내밀고는 오물오물 거리는 폼새가 꽤나 귀엽다. 하지만 정작 천에 가려져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지수가 연회에 빠져들지 못하고 지루함에 몸을 베베꼬고 있을 때 쯔음. 그녀는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는 한 여자의 표독스러운 눈매에 화들짝 놀랐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가 눈이 마주친 여자. 아까 그 징글징글한 인상의 노인과 함께 서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는 엄청난 기세로 레이첼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눈빛으로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는 기세로 말이다. 곱슬 거리는 붉은 머리카락에 요염하고 도발적인 외모. 그에 잘 어울리는 검은 색의 타이트한 드레스는 조금 천박해 보이기도 했다. 레이첼은 알수없는 적의에 얼굴을 찡그렸다. 왜 자신이 저런 눈빛을 받아야만 하는지 이유따위는 없었다. 이유도 모르는 적의따위는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였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쓰였다. 한참을 그여자와 눈싸움이라도 하는 사람 마냥 그 쪽을 주시하던 레이첼은 이안이 말을 검으로써 시선을 돌렸다. 레이첼. .. 이만 나가자. 별 볼일 없는 연회따위에 더이상 붙어 있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말야. 끄덕 이안의 말에 레이첼은 전적으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둘은 다른 이들의 이목을 되도록이면 끌지 않으려 노력하며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연회장을 빠져나온 후 이안과 레이첼은 10여분을 조금 넘는 시간을 마차를 타고 서쪽궁에 도착하였다. 그곳에는 시니어스 리온 유다 공작이 그와 그녀를 반겨주었다. 스승님,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아직도 스승이라고 부르시다니. 폐하께서는 이제 황태자가 아닌 왕이 시옵니다. 그 누가 왕 위에 올라선단 말입니까. 그런 호칭따위는 거두어주십시오.폐하. 훗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라고 하였습니다. 예의 차리지 마시고 평.소.대.로 하시지요 흠흠.아직도 옛 일을 기억하고 계시다니..여전히 쪼잔하시기 그지 없으십니다. 헛기침을 하며 안으로 들어서는 유다공작. 그는 굉장히 선량해보이는 눈매에 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트리고 조그마한 안경을 쓰고 있었다. 옷차림도 굉장히 수수해 책 한권을 들고 있는 폼새가 유명한 학자처럼 보였다. 뾰족한 모자를 씌어놓으면 마치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마법사같아 보일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간 세 사람은 원판의 테이블에 도란도란 앉았다. 여기는 레이첼. 안녕하십니까, 저는 시니어스 리온 유다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레이첼님의 아버지 역활을 할 늙은이이니 잘부탁드립니다. 허허허. 말하는 폼새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냥 아버지 역활을 할 사람이라며 잘부탁한다며 호탕하게 웃어재낀다. 그런 유다 공작의 행동에 레이첼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라니..아버지라니. 레이첼의 아버지는 온화해보이기는 커녕 우락부락한 인상에 항상 공사판에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근육질에 다져진 몸매. 그리고 성격또한 고지식하고 완고해서 레이첼은 한번도 아버지를 아빠 라고 불러본적이 없었다. 성격또한 다혈질에 일단 손부터 나가는 성격이라 알아서 몸사리며 살아야만 했다. 도대체 어머니와 왜 그런 남자에게 빠져서 결혼을 하고 또 여태껏 살았는지 이해할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남자였기에. 레이첼에게 온화해보이는 유다공작의 입에서 아버지라는 단어가 나오자 조금 낯설었다. 어떻게 된거죠. 아버지니.양녀니.다 무슨 소리죠 앞 뒤만 알고 몸둥이는 모르니 레이첼이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레이첼의 물음에 이안은 그녀가 좀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우리 샤이나 국에는 왕 다음으로 공작이라는 지휘가 가장 높지. 공작은 4대로 권력이 나뉘어지는게 기본이야. 혹시라도 권력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왕권을 노리는 자가 나올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게 만든것이지. 한마디로 말해서 서로 싸움을 붙여놓고 서로의 힘이 더이상 크게 되지 못하게, 혹은 약해지게 만드는게 목적이야. 여기계신 유다공작은 나의 어렸을적부터 나를 가르치신 스승님이시자 전대 왕이신 아버지의 친구분이시지. 유다부인은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병으로 돌아가셔 자식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너를 스승님의 양녀라고 밝혀둔거야. 만약 신분도 명확하지 않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너를 왕비로 들인다면 만만치 않은 반대세력에 부딛치게 될테니까. 그들이 입도 뻥긋못하게 먼저 말뚝을 박아놓는 것이지. 한 나라의 공작의 양녀라면 적어도 좋은 태생일테니 말야. 네가 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감히 반대할 인간은 없겠지만은. 그것은 나혼자 공유하고 싶거든. 그니까 앞으로 착한 딸로써 잘부탁한다. 이안의 말을 요약해보자면 한마디로 권력싸움이였다. 현재 이안의 정실과 후실은 합해서 3명. 그것도 유다공작은 뺀 나머지 공작들의 영애들이였다. 만약 그들보다 낮은 계급의, 또는 신분조차 불확실한 레이첼을 왕비로 세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반대에 부딛칠 것이다. 그런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자식이 없고 믿을수 있는 유다공작의 양녀로 들여보낸 것이다. 서류는 완벽하게 몇일전부터 작성되었고, 은밀하게 귀족들 사이에 소문을 퍼트린 것도 이안이였다. 정말 용의주도한 이안이였다. 레이첼은 반정도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위해서 그런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왕비 라는 단어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고스란히 흘려보낸 그녀였다 아.그렇게 된거라면.뭐.. 알아서 하든지.흐음. 여튼.유다공..아니 아버님.안녕하세요. 저야말로 잘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편히 말 놓으세요. 한참이나 제가 어린대.존댓말 하시지 마시구요. 레이첼은 겉으로는 생긋 웃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자신은 역시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의 열혈소녀라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상당한 푼수기질이 많은 그녀였다 허허..천인이시라 하여 많이 긴장했는데 괜한 걱정이였나 보군요.후후. 앞으로 잘부탁드립.아니 잘부탁하네. 그럼 난이만, 밤이 깊었으니 돌아가야겠네. 나중에 뵙겠습니다. 폐하. 밤이 깊었으니 조심히 가세요. 알았다. 허허허. 갑자기 딸이 생기니 참 어색하군.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갑니다. 허허허, 하고 연신 웃음을 터트리던 유다공작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물러갔다. 늦은 밤. 레이첼은 몰려드는 잠에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기지개를 폈다. 레이첼이 두 팔을 쭈욱 위로 치켜세워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는 사이 이안이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을 벗겨버렸다. 천이 떨어져나가고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가 밖으로 드러났다. 난 자야겠어. 라며 자리에 일어난 레이첼은 질질 끌리는 드레스를 한손으로 끌어올리고는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이안은 그녀의 머리를 덮고 있던 천을 한참 바라보다가는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주머니에 넣어놓고는 이미 사라진 레이첼의 침소로 향했다. 너 안나가 퍽 눈앞으로 날아오는 하얀 베게를 가볍게 피한 이안은 눈쌀을 찌푸렸다. 레이첼의 침소에 들어오자마자 날아오는 베게. 이 천인은 너무나도 건방졌다. 한 나라의 황제를 이렇게 막대하는 인간은 이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황제의 어머니라도.이미 죽어버린 전대 왕이라도 해도 말이다. 이러한 대우를 받아본 적없는 이안은 기분나쁘다는 오로라를 내뿜었지만 레이첼이 그런 것을 따질 위인이 아니였다. 다만 그녀에게 이안은 숙녀의 방에 함부로 침입하는 침입자일뿐. 너.네 방으로 돌아가지 왜 여기는 기어들어와 ...말버릇부터 고쳐야겠군. 자신의 남편에게 너 라니. 어디서 베게를 던지는거지 예의부터 뜯어고쳐야겠어. 뭐..뭐얏 이안의 말에 한순간 머리끝까지 뚝 하고 끈기는 느낌을 받은 레이첼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한방 크게 먹여줄 심산으로 가녀린 손을 움켜쥐고 휘둘렀지만 당연히 이안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레이첼을 붙잡은 이안은 어렵지 않게 그녀를 살짝 들여올려 침대로 향했다. 털썩 두 사람이 침대에 거칠게 뛰어들자, 침대의 한쪽이 움푹 들어갔다. 얼떨결에 같이 눞게 된 두 사람. 처음에는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던 레이첼은 같이 같은 침대에 누워있다는 사실에 기겁하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는 이안의 존재때문에 그러질 못했다. 비..비켜.. .싫다면 그의 입술이 매력적으로 휘어올라가져 간다. 한눈에 보아도 장난끼 가득한 표정. 레이첼은 그런 이안의 표정이 마음에 안드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이안이 낮게 웃는다. 이대로..덮쳐줄까.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15 그말에 레이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레이첼이 바둥바둥대자 이안은 더욱더 짖굿은 표정을 하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레이첼이 입고 있는 옷이 가슴선과 어깨선을 강조한 옷이라 드러나 있는 그녀의 하얀 피부에는 곧 붉은 반점들이 피어올랐다. 그 바람에 더욱더 패닉상태에 빠져든 레이첼은 마치 물속에 빠진 사람처럼 팔 다리를 허우적대며 반항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패닉상태에 빠져 제대로 반항하지 못하는 그녀가 이안을 이길수는 없었다. 이안은 키득키득 웃으며 레이첼의 귓가로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를 살짝 깨물며 속삭였다. .이대로 끝까지 가줄까. 이.이건 악마의 속삭임이야.. 악마의 속삭임.악마의 속삭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다못해 하얗게 변한 레이첼의 얼굴은 꽤나 볼만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이안의 시각에서.. 그녀는 연신 속으로 악마의 속삭임 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며 매력적인 그의 유혹 을 뿌리치고 있는 중이였다. ..저.저리 비켜. ..비켜주세요. 비..비켜..어어....흐잉. 레이첼이 울먹이며 말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냥 눈감고 따악 한번만 하면 되는 것을 왜저리 고집을 부리는지 이안으로써는 이해할수 없었다. 만약 이런 이안의 마음을 레이첼이 알았다면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라 이 xxx야 ..라고 말이다. 비.켜.주.세.요. 강한 어조로 한글자 한글자 끊어말하며 그녀의 어깨죽지를 지분거리는 이안. 그 바람에 더욱더 딱딱하게 굳은 레이첼은 더이상 떨어질 곳없는 패닉상태의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저 악마를 어떻게 해서든 떨어트려야해. 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찰 뿐. 비..비켜..주세요오... 비굴한 모드로 돌입한 레이첼은 울먹이며 말했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이안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레이첼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빨개진 얼굴을 보이기 싫었는지 이불속으로 파고 든다. 쿡쿡..왜그래 보기 좋은데.후후..이제 잘까 여기서. 당신하고. 혹시라도 또 보복당할까봐 이번엔 너 가 아닌 당신 이라고 칭호가 올라간다. 정말 놀리는 재미가 있는 여자라며 웃음을 떨어트릴 생각을 하지 않는 이안이였다. 자자. 이안은 레이첼을 꽈악 껴안고 편하게 누웠다. 처음엔 바둥바둥 거리던 레이첼은 꽤나 피곤했는지 점점 움직임이 줄어들더니 이내 색색 거리며 잠이 들었다. 레이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이안은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침대옆에 있는 줄을 두번 당겼다. 이윽고 종소리를 듣고 에밀리가 나타났다. 줄은 시녀를 부를때 사용하는 것인데 줄 끝에 달려있는 종이 울려서 그 소리에 시녀가 오는 것이다. 에밀리에게 자고 있는 레이첼의 몸을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라고 명령한 이안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이안으로써 레이첼은 조금 특별한 상대였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엄청나게 특별한 상대이다. 옆에 있으면 바라보게 되고, 신경쓰이게 되고, 없으면 생각나고, 보고 싶고..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안들리면 듣고 싶어 자주 입을 열게 만들고, 칭얼거리며 안겨오는 폼이나 바락바락 대드는 모습까지 너무나 사랑스럽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같은 편안함과 친숙함이 그녀를 더욱더 특별하게 만든다. 무언가 알수없는 힘이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 이런게.사랑인가. ..사랑 자신도 모르게 사랑 이라는 단어를 내뱉은 이안은 스스로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더니 피식 웃고는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에밀리는 이안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그 짧은 시간동안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빠른 속도로 레이첼의 화장을 지우고 온몸을 정성스럽게 닦은 후 잠옷까지 갈아입힌 뒤 이미 방을 빠져나간 후였다. 원래 주인이 가라고 하기 전까지 움직이면 안되지만 아마도 야심한 밤 남녀가 나눌 은밀한 속삭임을 생각해서 일부로 자리를 피해준 듯 했다. 침대에 누운 이안은 작고 여린 레이첼을 꼬옥 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풍성하고 부드러운 금발에 코를 묻고는 깊은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 . 흔히 축복받은 색이라 불리우는.. 언제나 하늘의 중심에서 당당한 해를 닮은 찬란한 금색. 세상에서 가장 태양과 가깝다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을 금발을 만지작거리며 앞에 있는 심기 불편한 인물을 바라보는 레이첼. 아침부터 처들어와서는 헛소리만 늘어놓는 시종들을 바라보았다. 누구인지 모르는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 값비싼 귀금속을 가지고 오질 않나, 동쪽에서 가지고 온 귀한 향수라며 향수통을 가지고 오질 않나, 북에서만 사는 은색곰의 모피를 가지고 오질 않나. 물론 선물을 받는 것은 좋고 기쁜 일이나. 왜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시종을 시켜 보내오는 것인가가 문제였다. 뭐야. 나한테 잘보이려고 그러나 이건 부정부패의 하나인 뇌물공세 하나같이 드럽게 길기만한 이름을 늘어놓으며 잘부탁한다고 하니 레이첼이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또 그러한 목적이 아니라면 생각나는 것도 없었다. 레이첼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런 호의는 필요없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나쁘다. 아까부터 아무말도 하지 않는 레이첼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시종을 확 째려보는 레이첼. 얼굴을 가리고 있는 천을 뚫고 그 시선이 느껴지는지 시종이 움찔 거리며 시선을 내리깐다. 누가 보냈다구요 그게..켄..드리쉘 르포닌백작니께서. 그렇군요. 성의만 받겠다고 전해주십시오. 이런식의 호의는 전혀 달갑지 않군요. 친하지도.아니 모르시는 분께 이런 값비싼 물건을 받았다가 나중에 뒷탈이 생길까봐 무섭네요.후후후. 하..하지만 르포닌 백작님께서는 레이첼님과 친하게 지내보자시는 취지에서... .. 지.금 제.말.에 토.다.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더이상 서로 얼굴을 마주할 필요는 없겠군요. 나.가.주.시.죠 레이첼의 독설에 완전히 K.O 되버린 시종은 눈물을 머금고 가지고 왔던 선물들을 가지고 퇴장했다. 레이첼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많은 옷과 장식품이 있었다. 그것들을 줄이면 줄였지 늘리고 싶은 마음은 죽어도 없었다. 게다가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그따위 것들을 가져오니 레이첼에게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원래부터 물질적 특히 꾸미는 것 에 대한 집착이 별로 없었기에 레이첼에게는 보석따위는 그저 한낱 돌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지구에 있었더라면 팔아서 랍스타나 그런것을 샀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넘쳐나는데 굳이 이상한 물건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그들이 레이첼을 조금만 더 잘알았다면 그런 선물 따위를 보내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식으로 도착한 모든 물건들을 물리친 레이첼은 스스로의 행동에 뿌듯한 듯 콧노래를 부르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물론 에밀리에게 그런 물건들을 모두다 물리라는 부탁을 해놓고 말이다. 레이첼의 모든 유혹을 떨쳐내고 난 다음날. 그녀에 대한 악성 유머는 성안에 파다하게 널리 퍼졌다. 수다떨기 좋아하는 귀부인들은 근거없는 소문으로 그녀를 내리깍았고. 교양없는 여자라는 둥, 천민이라는 둥, 싹부터가 노랗다는 둥 입방아에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정작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지만.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16 흐음. 그렇단 말이지 네. 아무래도 레이첼님께서 귀족들의 성의를 무시하셔서 귀족들의 자존심을 건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후훗.성의라.그런건 성의가 아닌 뇌물이라고 하는거다. 아르미. 아.죄.죄송합니다. 죄송할꺼까지야.이만 가봐. 네. 얼굴을 붉히던 검은 복면의 사람. 전체적인 몸의 굴곡이나 목소리가 가늘고 높은 것으로 보면 여자 임이 틀림없었다. 아르미라고 불리우는 인물. 샤이나 국의 최고의 어쎄신집단인 월영 月影 의 단장. 여자이고 또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어쎄신 집단인 월영 을 이끌어나가는 당차고 능력있는 여자. 그녀는 샤이나 국의 젊은 황제를 마스터로 모시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이는 극소수였고, 그들이 하는 일은 썩어빠진 돼지들의 정치적 생명의 줄을 끊어놓는 것이였다. 모든 것들이 비밀스럽고 또한 극소수의 쓸대없는 정보들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월영 사람들의 입에서만 전해지는 그 전설적인 어쎄신 집단의 단장인 아르미는 물러가라는 말에 짧게 대답하고는 이내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홀로남은 이안은 혼자 열내며 있을 레이첼을 생각하며 피식 하고 웃음짓고는 다시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 . . 그니까. 내가 핏줄도 모르는 천한 태생에다가 예의없고 천박하고, 황제의 총애를 등에 지고 무서울 것없는 오만한 계집이라고 떠들었다고 ..그..그게.. 레이첼이 눈을 부릅뜨고 따지듯이 물어보자 시녀는 울쌍을 지으며 자신의 싼 입을 원망했다. 흉흉한 소문이 도는 레이첼. 그녀의 귀에 그런 소문들이 돌지 않도록 얼마나 시녀들을 입단속시켰던 에밀리였던가. 그녀는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며 레이첼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그렇단 말이지.후후후.가보라구..가봐도 돼.니가 무슨 책임과 잘못이 있겠니. 다 내 잘못이지. 그치 에밀리 싱긋 음산하게 웃는 입과. 금방이라도 도끼로 머리를 찍어버릴 듯한 살기를 내뿜는 눈동자. 시녀는 흠칫흠칫 거리며 울듯한 표정으로 저먼 복도로 도도도 하고 뛰어갔다. 레.레이첼님.. 그저 무례한 아랫것들의 수다내용입니다. 그렇게 신경쓰지 마세요.. .. 그럼..내가 왜 신경을 쓰겠습니까아 절대로 네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만 방으로 돌아가지요. 후후후. 레이첼은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모를 그런 어체를 구사했다. 그 바람에 에밀리의 얼굴 안색이 더욱더 창백해졌다. 레이첼은 수련을 하다 무심코 들고온 칼의 칼날을 쓱쓱 매만지며 씨익 웃어보이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에밀리는 그런 레이첼의 행동에 울상이 되어서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게.이게 아닌데.. 레이첼님. 왜 괜찮다면서 화를 내시는 건가요..힝힝. 방에 도착한 레이첼은 생글생글 웃으며 에밀리를 내쫓았다. 물론 직접적인 방법이 아닌 간접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혼자 남은 레이첼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서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는 눈을 번쩍 빛내며 이불 끄트머리를 잡고 이빨로 물어뜯으며 화풀이를 시작했다. 므이야아아앗 건방진 천한 계지입 오만한 천박한 태생이라구우 이 잡것들을 그냥 그녀는 온몸을 흔드는 분노를 이불을 물어뜯는 이빨에 쏟아부었다. 차마 그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가는 꼴을 보일수는 없었다. 그렇다. 앞에서 작가가 했던 말은 사실은 레이첼이 몰랐다는 전제하에 이뤄졌던 것이다. 그녀는 태평하기는 커녕. 아니 독자들은 그녀의 성격으로 미뤄보아 전혀 태평하게 있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유추해보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눈을 번뜩이며 이불에 화풀이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광적인 모습을 내비추었다. 누가 봤더라면 심장마비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 잡것들..훗날을 두고보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을 향해 분노의 이빨을 가는 그녀였다. 그 후 몇일이 지난 지루하고 따분한 어느날의 오후. 천장이 없는 아름다운 인공 정원. 깔려있는 잔디는 대리석과 정원을 구분해주고 있었고, 파릇한 꽃들과 분수대에 노닐고 있는 금색의 이름모를 물고기. 봄바람처럼 산들산들 불어오는 시원한 산들바람은 레이첼을 간지럽히며 지나갔다. 이글거리는 태양도 고개를 수줍게 숙였고, 창공은 맑은 이슬을 머금은 듯 구름한점 없이 깨끗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서로의 몸을 요란하게 부딛치며 노래를 부르는 나뭇잎들. 모든 것이 평안하고 조용한 시간. 레이첼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아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너무 따분해서 지겨울 정도다. 레이첼은 반쯤 감긴 풀린 눈을 하고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황급한 걸음걸이로 나타난 에밀리가 레이첼을 깨웠다. 레이첼님 레이첼님 ..응..응.응 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얼떨결에 대답하는 레이첼. 에밀리는 정말 다급한 듯한 목소리로 레이첼을 보챘다. 큰일났어요. 어서 이 천을 쓰세요 어서 ..에밀리..무슨 일...이야.. 잠에서 도통 벗어날줄 모르는 레이첼은 반쯤 떠진 눈으로 얼떨결에 에밀리가 내밀은 천을 뒤집어 썼다. 에밀리가 수라도 놓은 것인지 하얀천은 금색 테두리가 박혀 있어 매우 고급스러워보였다. 천으로 얼굴을 가린 레이첼은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이는 에밀리의 손길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나려고 애썼다. 그리고. 낮선 여인들의 등장에 에밀리는 황급히 예를 차렸다. 한번도 못보았다고는 할수 없지만, 그렇다고 친분이 있는 여인도 아니였고 기억속을 헤집어서 겨우겨우 찾아낸 인물들이였다. 그 바람둥이. 레이첼은 들어오는 세 여자의 얼굴을 기억해내고 이안을 떠올렸다. 그렇다. 그녀들은 바로 이안의 정실 부인과 후궁들이였던 것이다. 레이첼은 일단 배운대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피아님, 로스아르님, 페이라님, 앉으세요. 레이첼님. 저희는 그냥 놀러온 것 뿐이니... 레이첼은 살갑게 웃으며 말하는 소피아. 그녀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안의 정실 부인이였다. 하지만 말이 좋아 정실부인이지 후궁들과 똑같은 취급을 당하는지라 귀족들을 항상 그녀를 무시하고는 했다. 4대 공작중 가장 힘이 약한 가문의 여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갈색 머리에 어울리는 베이지 계통의 수수한 드레스 드레스. 뒷머리는 늘어트리고 옆에만 살짝 꼬아 말아올린 머리카락이나 연하게 한 화장은 그녀의 매력을 한층더 높이 발산하고 있었다. 순수해보이는 소피아와 달리 페이라는 굉장히 활기차보이는 스타일이였다. 파란색 머리칼에 투명한 피부, 선량해보이는 동글동글한 눈매에 이마에 장식한 파란 서클릿. 초록색의 드레스는 전혀화려하지 않고 단아했고, 그녀는 마치 방금 숲속에서 나온 엘프같은 이미지였다. 셋중에 가장 외모가 딸린다고 말한다면. 그녀들의 외모가 얼마나 빛을 발하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수한 차림의 소피아 그리고 페이라와 달리 엄청 화려하고 색스럽게 꾸민 여자는 척보아도 기분나쁜 이미지를 풍기는 여인, 로아였다. 붉은색이나 검은색에 집착하는 것인지, 검은색 드레스에 붉은 루비 장신구. 게다가 불편하게 검은색 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붉은 곱슬머리에 잘 어울리는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 금방이라도 남자들을 유혹할 것같은 살짝 벌어진 입술. 거만해보이는 눈빛이라든지, 당당한 태도는 누가보면 그녀가 이나라의 여왕이라도 되는 것 마냥 생각할지도 몰랐다. 앉으세요. 에밀리 차 좀 부탁해. 레이첼의 말에 에밀리는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고는 조신하게 뒷걸음 치더니만 뒤돌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네 여자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무런 유대감도, 또한 이야기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그들이 처음부터 대화라는 것을 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어색한 침묵에 못이겨 레이첼이 입을 열었다. 어색하게 입꼬리가 올라가져 있었지만 천때문에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볼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찾아오셨나요. 레이첼님과 친해지기 위한 티타임을 갖고 싶어서요. 조심스러운 레이첼의 질문에 소피아는 화사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로아를 처다보았다.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면 절대로 친목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온 것이 아님을 레이첼을 확신할수 있었다. 그 누가 저런 살벌하고 재수없는 표정을 짓는 로아의 얼굴을 보고 단지 친해지기 위한 목적으로. 라고 믿을수 있겠는가 레이첼은 왠지 모르게 거부감을 안겨주는 로아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소피아를 향해 싱긋 웃어주었다. 어차피 천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미소였지만. 왠지 소피아는 그녀가 자신에게 웃어주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고마워요. 레이첼의 옥피리 같은 청아한 목소리에 소피아는 속으로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천에 가려 보이지 않는 얼굴이지만. 분명 그 누구의 외모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미인이 틀림 없었다. 팔하나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그 작은 동작도 우아함과 고상함이 베어나왔다. 그 누구도 감히 흉내낼수 없는 기품이 흘렀고, 그 누구도 갖을수 없을 신비한 이미지가 풍겼다. 소피아는 진심으로 레이첼의 얼굴을 궁금해하며 눈을 빛냈다. 에밀리가 차를 가지고 오기까지 또 다시 테이블 위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17 달칵 레이첼은 아직 식지 않은 차를 한모금 머금고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무말없이 차를 마시는 여인들. 겉으로 보기에는 참 눈도 즐겁고, 물론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 화기애애해 보이지만. 상당히 썰렁하고 삭막하기 그지없는 분위기는 숨통을 죄어올 정도였다. 왜 와서 이지랄이야. 지랄이 따뜻한 오후날 휴식을 방해받아 한껏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레이첼은 속으로 궁시렁 거렸다. 이 여인들과 함께 화기애애하게 놀고싶은 마음은 없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지만. 그러한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나이가 몇이지 한참을 말없이 차만 홀짝인 후, 정말 말 한마디 하지 않을 듯이 도도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로아가 입을 열었다. 레이첼로는 뜻밖의 일이였다. 그녀의 표정은 난 천한 것들이랑은 얘기안해. 요런 식이였기 때문에 레이첼이 놀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였다. 하지만 그 놀라움도 잠시, 아무렇게나 반말을 찍찍 내뱉는 로아의 언행에 레이첼은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이유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을 싫어하는 것까지는 봐줄수 있어도 이런식으로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은 굉장히 거슬리는 일이였다. 레이첼은 참을 인 자를 마음에 새기며 감정을 억제한 뒤, 입을 열었다. 21살 입니다. 꽤나 나이먹었군. 야 열혈청춘 21살이 뭐어때서 라고 소리치며 하마터면 테이블을 뒤집을 뻔 했다. 입술을 잘끈 깨물며 화를 참는 레이첼. 그래. 친하게 지내자는 표시이다. 절대로 시비거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난 참아야한다.으드득. 레이첼을 그렇게 자기합리화 시키며 자신을 달래고 또 달랬다. 로아는 그런 레이첼이 가소롭기라도 하듯이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해서 유다공작의 양녀로 들어가게 된거지 ..그게..그냥 어쩌다보니. 레이첼은 무어라 대답할까.하다가 그냥 대충 얼어무렸다. 그러자 로아의 한쪽 눈썹이 휘어 올라간다. 그전에는 평민이였다면서 발끈 레이첼은 자신을 비웃는 듯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는 로아때문에 남몰래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점점 험악하게 돌아가는 테이블의 분위기. 로아와 레이첼의 신경전에 다른 두 사람은 어쩔줄 몰라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저는 중산층이였습니다. .. 레이첼의 말을 이해할수 없다는 듯이 처다보는 로아. 그녀는 막연히 좀 나가는 상인의 딸이였나 라고 받아들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레이첼이 살던 지구 라는 곳은 자본주의 사회로 이곳과는 전혀다른 구조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노예평민상인몰락귀족하위귀족상위귀족왕 순이 아닌 오직 돈이나 명예로 잣대를 저울질했다. 물론 중산층은 극히 평범한 일반 가정에 포함되었지만 이곳에서는 돈좀 있는 상인이나 몰락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군. 한낱 천한 집안의 자식이 나라의 공작가문의 양녀로 들어오다니..후후후. 비꼬며 레이첼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로아의 말에 레이첼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었다. 로아는 아름다운 얼굴로 생긋 웃으며 레이첼의 속을 박박 긁어댔다. 한참 쫑알대던 로아는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안어울리게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참 그러고보니 궁금한점이 있는데. 왜 머리에 베일을 쓰고 있는거죠 ..저.그게. 갑작스러운 존댓말에 레이첼을 당황하며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로아가 그것을 딱 잘라내었다. 소문이 사실이였나보군요. 얼굴이 못생겼다더니..역시.그런일 때문에. 그런데 어떻게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은건지.참 궁금하기 짝이없군요. 침대에서의 기술이 좋은건가 호호호호 도를 지나친 로아의 말에 소피아와 페이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레이첼을 주먹을 꽉 쥐고 훗날을 다짐하며 분노를 속으로 삭였다. 그렇게 소문이 나있는줄은 저도 몰랐군요. 하지만 폐하께서 다른이에게 저의 얼굴을 보여주시기 싫다면서 어린애같은 질투를 하시지 뭡니까 그래서 폐하의 특.별.한 명에 따라 이리 베일을 가리고 다니는 것이랍니다. 궁금증이 풀리셨으면 하는군요. 아, 벌써 이리 시간이 지났나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이나라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관계로 수업을 받아야할 시간이 되었군요. 가시는 길 편히 가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레이첼은 고개를 살짝 까딱이고는 천천히 조신한 걸음으로 퇴장했다. 레이첼에게 한방 먹은 로아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거칠게 일어났다. 나머지 두 사람이 어정쩡하게 일어나서 퇴장하는 걸로 오후의 살인적인 티타임은 막을 내렸다. . . . 챙 챙 크흑. 하.항복이예요. 레이첼님 쉭 가나가 다급하게 항복이라고 외쳤지만 레이첼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뱀이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듯한 소리를 내던 칼에 가나는 사색이 되어 도망치기 바빴다. 기사로써 참 꼴불견인 모습이였지만 다른이들은 그저 불쌍하다는 듯이 가나를 처다보기만 할 뿐이였다. 명복을 비마. 가나. 불쌍한 녀석. 기술적인 면과 경험이 적은 레이첼이였지만 특유의 체력과 힘그리고 가벼운 몸에서만 날수 있는 빠른 스피드. 그녀는 천상 기사의 몸을 가지고 있었는지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이제는 1 1 대결에서 지지 않을만큼의 실력을 갖게 되었다. 여자로써는 정말 이륙하기 힘든 경지까지 도달한 것이다. 무엇이 그리 심기가 불편한건지 잔뜩 찡그린 얼굴로 나타나서는 대련을 한답시고 가나를 사정없이 두둘겨패고 있는 레이첼이였다. 으아아아 그만하세요. 레이첼님 꽁지에 불붙은 마냥 잽싸게 도망가며 처절히 외치는 가나의 말에 번뜩 하고 정신을 차린 레이첼은 뛰어가던 다리를 멈췄다. 아.미안.. .내.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크흑. 가나는 덩치에 안맞게 훌쩍 훌쩍 거리며 칭얼댔고, 레이첼은 어색하게 미안하다고 하고는 축 처진 어깨로 수련장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기사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추측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요즘 황제폐하께서 찾아주시지 않는건가 글쎄.그건 아닌것 같은데. 저번에도 두 분이 같이 있는걸 봤지. 물론 레이첼님이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있었지만. 흐음..권태기 그런건가 하지만 그 누구도 레이첼의 속사정을 알리가 없었다. 한편, 수련장을 빠져나온 레이첼은 힘없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여자..다음에 만나기만 해봐..진짜..이안한테.다... .......도대체 여자가 몇명인걸까 부인이 셋이니..숨겨진 다른 여자는 그럼 나는 뭐야 하아... 로아를 銖 꿍시렁대던 레이첼은 이안생각에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이안을 생각하면 괜시리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는 듯 싶었다. 정말.내가 좋아하는건가 그래서 이렇게 신경쓰는건가. 그런거야 정말.좋아하게 된건가... 한참 이안의 생각에 레이첼은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지도 알지 못한체 무작정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레이첼은 자신이 모르는 길에 들어서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나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또 모르는 길이였다. 하지만 한번 와본적은 있는 곳이였다. 금지구역. 예전에 길을 잘못들어 오게된 곳. 레이첼은 다시 자신이 왔던 곳을 되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봤지만 길을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 어디로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젠장. 레이첼을 신경질적으로 베일을 벗어버렸다. 어차피 아무도 없는 곳이였고, 갑자기 솟아오르는 짜증에 자꾸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베일을 벗자 그녀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잠시 허공에서 하늘하늘 거리다가 제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레이첼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결국에는 이 금지구역이라는 호기심을 자극한 곳을 둘러보기로 하고 마음을 먹었다. 마침 이곳을 지키는 기사들도 없었다. 레이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복도를 바라보며 씨익 하고 웃어보였다. 탐험이야.이건..좋았어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18 복도는 끝이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길었다. 성안인지라 그 길이의 한계가 있을 법도 한대 이상하리만큼 깊숙했다. 양쪽 벽에 걸려있는 등물만이 길을 밝혀주었고, 음산하기 짝이없는 복도는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같이 오싹했다. 레이첼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움츠려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힘차게 걸어갔다. 한참을 걸었을 쯔음.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복도의 끝이 보였다. 복도의 끝은 넓은 홀이였는데 홀 바닥에는 이상한 문장이 그러져 있었다. 그 문장은 굉장히 복잡하고 정교했으며 언뜻보면 무언가를 떠오르게 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이유없는 친숙함. 레이첼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벽에는 그림벽화같은 것들이 그러져 있을 뿐. 잔뜩 기대하고 있던 레이첼은 실망하여 투덜거렸다. 뭐야. 이런걸 보려고 몆시간 동안 걸은거야 에구.다리아프게. 레이첼은 더이상 못걷겠다는듯이 바닥에 철푸덕 앉았다. 그리고는 다리를 주무르며 휴식을 취했다. 한참을 그렇게 쉬고 있는데 갑자기 바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것은 처음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을 주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용암이 들끓어오르는 듯한 열기로 변해 옷을 뚫고 피부로 느껴졌다. 화들짝 놀란 레이첼이 폴짝 하고 뛰어일어났다. 하지만 레이첼이 미쳐 피하기도 전에 레이첼이 앉아있던 문장에서 환한 빛이 새어나오더니 이내 시야 가득히 채워졌다. 드르르르 스스스스 돌과 돌이 부딛치며 얕게 흙먼지가 일어났고 돌들이 움직였다. 둥그런 홀안의 벽에서는 들쑥날쑥하게 돌들이 움직여댔고, 빛을 내뿜던 문양은 천천히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에 에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당황하던 레이첼은 문장이 밑으로 내려가자 황급히 몸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레이첼이 문장밖으로 몸을 피하기도 전에 문장과 레이첼은 한순간 사라져버렸다. 레이첼이 있던 곳은 아까의 모습 그대로였다. 벽이 울쑥불쑥 거리던 것은 모두 언제 그랬냐는 마냥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다만 다른점은 바닥에 그러져 있던 복잡한 문장과 그 위에 서있던 레이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 . . . 쿵 아얏 레이첼은 엉덩이뼈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고통에 짧게 신음을 터트렸다. 한참동안 저릿한 통증에 엉덩이를 쓱쓱 문지르던 그녀는 한참 나중이 되서야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어둠속에서 빛을 비춰주는 단 하나의 횃불은 벽에서 나홀로 외로이 어둠에 맞서고 있었다. 레이첼은 갑작스러운 두려움에 횃불의 가까이가서는 그 횃불을 집어들었다. 횃불은 손쉽게 벽에서 떨어졌고, 레이첼은 그것을 마치 제 생명줄인마냥 잡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탁 팟 꺅 갑작스럽게 어둠속에서 무언가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밝은 빛이 공간을 가득 메꿨다. 갑자기 환해진 주변. 레이첼은 강렬한 빛때문에 질끈 감은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주변에는 정체를 알수없는 오색의 비눗방울 같은 모양의 빛덩어리가 둥둥떠다녔다. 마치 금방이라도 살아 튀어나올 듯한 섬세한 벽화와 거대한 돌문.. 벽화가 그러져있는 돌문은 굉장히 거대하고 웅장했다. 벽화속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천사들과 여기저기 먹구름이 껴있는 가운데 군데군데 환한빛이 황폐한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하늘 아래 세상은 욕망과 쾌락, 잔인함과 번들거리는 물욕, 서로가 서로를 견주고 미워하는 칼과 방패. 대지위로 스며드는 피와 살.. 전쟁의 모습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천사들의 모습은 굉장히 대조되는 이미지를 이루고 있었지만 묘하게 신비스러웠다. 레이첼은 알수없는 기분에 사로잡혀서 이끌리듯 문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인지 몰라도 문정 가운데 박힌 금색의 보석에 손을 대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은 워낙에 컸고 레이첼의 팔은 그곳까지 닿지 않았다. 레이첼은 강한 의구심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왼손약지에 끼워져있는 반지를 뺐다. 펄럭 반지를 빼는 동시에 레이첼의 등에서 날개가 돋아났다. 대략 6 7살의 어린아이의 키만큼되는 날개는 천천히 날개짓을 하였고 금방 레이첼은 하늘로 솟아오를수 있었다. 처음으로 하는 비행. 날개가 있기는 있었으나 날개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몰랐고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기에. 그녀는 처음으로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레이첼이 날개를 자유자재로 움직일수 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확실히 날고 있었다. 펄럭 깃발이 바람에 흔들릴때나 들리는 소리와 레이첼의 날개가 허공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소리와 비슷했다. 레이첼이 그 금빛의 보석에 손을 대자 드르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반으로 쪼개져 열렸다. 그리고 레이첼은 겁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넌누구냐…」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중저음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누구. 「천인이로구나.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 어떻게해서 이곳에 들어오게 된것이냐… 이곳은 오로지 영웅이자 아버지이신 그분의 후계자만이 출입할수 있는 곳.」 그분. 「후계자의 표식도 없는 천인이 이곳에 들어올리는...설마.. 」 도대체 무슨말인지.모르겠군요.. 후계자라든지.그분이라든지.레이첼은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다. 말그대로 목소리는 혼자 떠들고 있었다. 잠시동안 말이없던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역시 라고 중얼거렸다. 「너는 그녀 .. 그녀 가 틀림없다. 이곳에 후계자외에 발을 들여놓을수 있는 것은. 그녀뿐..」 .. 「설마 천인으로 환생할줄이야. 인간을 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무슨소리를 하는거죠 그녀라니 「드디어 내가 할일이 끝났다는 소리다.」 레이첼의 질문을 가벼히 씹어먹고는 동문서답을 하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레이첼의 이마에는 사거리 마크가 줄줄히 달렸고 이내 버럭 소리쳤다. 야 너 지금 나 무시하는거지 「훗 .변한건 하나도 없군. 저런인간을 누가 성녀라고 부른거지 」 뭐 「잠시 기다려.」 도무지 이어지지않는 대화에 레이첼은 가슴을 푹푹치며 분통터져했다. 윙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눈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하얀색의 긴머리를 늘어트리고 하얀색의 옛 로마시대에서나 나올법한 의상을 입고 있는 남자는 여자 뺨치게 아름다웠다. 아마 목소리와 가슴이 납작하지않았다면 충분히 여자로 보아도 무방한 정도였다. 한순간 레이첼은 넋을 놓고 남자를 바라보았고, 그 바람에 남자가 어느새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을 알지못했다. 머엉 한 상태로 남자를 바라보던 레이첼은 갑자기 얼굴을 들이대는 남자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고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읍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19 입술에 닿은 온기에 레이첼이 버둥거렸지만 정체불명의 남자는 입술을 뗄 생각은 커녕 더욱더 거칠게 레이첼의 입술을 탐했다. 시간이 흐르고 레이첼은 온힘을 다해 남자를 밀처냈다. 의외로 금방 떨어진 남자는 붉은 혀로 자신의 입술을 훓텄다. 레이첼은 빨개진 얼굴로 황급히 입술을 가리며 정체불명의 남자를 손가락질하며 황당함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역시 그랬군.」 목소리의 주인공이였다. 그가 입을 열자 아까 들려왔던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그랬어.」 ... 뭐..뭐야 당신. 너..너..나한테.키.키.키..키... 「키 」 여..여튼 숙녀에게 무슨 짓이야 차마 키스 라는 단어를 얘기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는 레이첼과 달리 남자는 태연한 모습이였다. 「방금전의 접촉을 말하는건가 그것은 너의 과거 데이터를 복사하기 위함이였지, 의미있는 행동이 아니니 신경쓰지 말도록.」 과거 데이터를 복사 「그렇다. 너의 영혼의 과거를 읽기 위함이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접촉이 필요하다.」 그거.꼭 입술로 해야하는 것. 레이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럽다는 듯이 남자를 처다보았다. 접촉에 의해야한다면 입술이 아닌 다른 부분도 충분치 않은가.. 「물론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너무나도 태연하게 피식 웃으며 말하는 이 남자. 그의 행동에 레이첼의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화르륵 솟아올랐다. 너..너.이 자식 레이첼은 순식간에 용수철처럼 땅을 박차고 올라 남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아무런 방어없이 서있던 남자는 보기 좋게 레이첼의 주먹에 맞아떨어져야...정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어라 레이첼은 묘기를 부리듯 한바퀴 휙 돌며 남자를 그대로 통과하여 중심을 잃고 다시 바닥에 주저앉게 되었다. 놀랍게도 레이첼은 남자를 그대로 통과하게 된 것이다. 유..유령 레이첼이 눈을 크게 뜨고 남자를 가르키며 말했다. 하지만 분명 아까 입술이 닿았었다. 「아니. 나는 인간도, 이 세상에서 심장을 가지고 숨을 쉬는 생명이 아니다. 나는 프로그램. 실체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프로그램 레이첼은 가상현실을 떠올렸다. 현실과 똑같이 비춰지지만 그렇지 않은 세계. 첨단 과학으로 이뤄낸 가상현실을 떠올린 레이첼은 납득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까전의 입술에 닿은 강한 힘이나 온기 같은 것은 무엇으로도 설명할수 없었다. 「너는 그녀의 영혼을 가지고 있구나.」 그녀. 그녀의 영혼이라니.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이제 나의 임무는 여기에서 끝. 널 만났으니..이제 신계로 올라갈수 있겠구나.」 신계. 「아이야. 기억하거라 운명은 거스를수 없는 것이다. 너는 그녀의 영혼, 그녀의 환생. 너의 모든 것이 그녀이고 그녀가 너인 것이다. 조금씩 모든 것이 기억날 것이니. 날 받아들이고 운명을 깨달아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길이 보일 것이다.」 그의 몸에서 환한 빛이 나오고 다시한번 이어지는 가벼운 키스. 그리고 그는 레이첼에게 흡수당하듯이 빨려들어갔고, 이내 그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으며 레이첼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 . . 와장창 폐..폐하. 진정하시고 조금더 기다려보심이. 감히 나에게 기다리라는 것이냐 어서 그녀를 찾아내라 왕궁 마법사들까지 동원하여 찾았는데도 그 작은 여인조차 찾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이안은 있는대로 화를 냈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기사는 왕의 노여움에 입술을 질끈 깨물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너는 레이첼이 어디있는지조차 모른단 말이냐 죄.죄송합니다. 폐하. 수련장에 다녀오신다고 하셨지만.. 사색이 된 에밀리는 말을 잇지 못했고 그 바람에 이안의 화만 더 돋구는 꼴이 되어버렸다. 기분 좋은 마음에 레이첼을 찾은 이안은 레이첼이 방에 없자 에밀리를 찾았고 레이첼을 찾고 있던 에밀리는 급히 이안의 부름을 받고 달려왔다. 레이첼이 오랜시간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안은 불같이 화를 내었고 결국엔 이 지경에 달하게 된 것이다. 그만가서 얼른 내앞에 그녀를 데리고 와 지금 당장 이안의 명령에 두사람은 목례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혼자 레이첼의 방에 남은 이안은 쥐고 있던 보석상자를 거칠게 바닥으로 내던졌다. 레이첼에게 선물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였다. 이안은 침대 맡에 앉아 레이첼의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날이 밝도록 레이첼은 나타나지 않았다. 날을 꼬박샌 이안은 냉정히 굳은 얼굴로 서쪽 궁을 빠져나왔다. 집무실로 향하는 그의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도망간 것이라면. 절대 용서치 않겠어. . . . 오늘도 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집무실에 처박혀 있는 이안. 왕이라고하면 다들 부러워할 위치겠지만 정말 피곤하기 그지없는 직업이였다. 넘치고 넘치는 것이 부였지만 인간다운 따스한 정이라고는. 감정적인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 결정하나의 수천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하고 무거운 직책. 이안은 밤을 꼬박새고 또 밤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마지막 서류를 결제하고는 의자를 뒤로 젖히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안. 그는 집무실을 빠져나와 레이첼의 궁으로 향했다. 결국 레이첼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냐. 예. 죄송합니다.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아무래도 이미 궁을 빠져나가신 것 같습니다. 대국 샤이나국의 왕성의 경비가 고작 한 여인에 의해 뚤린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이안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기사가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가라. 가서 왕성 뿐만이 아니라 수도 전체를 통제하라. 만약 그녀를 찾지 못한다면. 내 목숨을 걸어야할 것이다. 그의 싸늘한 목소리에 기사는 고개를 숙이곤 물러섰다. 「주군.」 이안이 혼자있는 공간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습을 감추고 있는 어쎄신이였다. 찾았나 「예. 일단 찾기는 했습니다.」 그녀는 어디에 있지 「그것이.」 어쎄신은 말을 흐렸다. 뜻밖에도 레이첼이 발견된 것은 황제의 침소. 즉, 이안의 침소였다. . . . 레이첼은 행방불명된지 1일만에 발견되었고, 그녀는 어떠한 충격으로 인해 3일동안 깨어나지 못했으며 왜, 그리고 어떻게 철통경비를 자랑하는. 이중.아니 삼,사중으로 쳐있는 마법 방벽을 뚫고 들어온 것인지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였다. 죽은 듯이 창백한 얼굴로 이안의 침대에 누워있는 레이첼. 작게나마 몸을 들썩거리는 것으로 그녀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처음에 이안은 불같이 화를 내었으나 어디서 누구에게 이렇게 되었는지.. 또 레이첼이 깨어나지 않자 그녀의 곁에서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하고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2일동안 국정을 자신의 침소에 처박혀 처리고 하고 있는 중이였다. 레이첼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하고 테이블에 앉아 한참동안 펜을 움직이던 이안.. 침소에는 고요한 침묵과 펜 사삭 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안이 일을 하고 있는 동안 한번도 미동없던 레이첼이 몸을 뒤쳤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얇고 부드러운 천이 같이 움직인다. 그리고 한참을 뒤척거리던 레이첼의 눈커풀이 열리고...바다를 닮은 아름다운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20 흑.. 레이첼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볼에서는 쉴새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의 기척을 느낀 이안이 다급이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릎을 굽히고 몸을 낮춰 그녀의 눈높이를 맞추고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레이첼.. 이안..이안...흑.. 레이첼의 눈에서는 투명한 눈물이 떨어졌고, 이안은 그 눈물 위에 쉴새없이 키스를 퍼부어주었다. 레이첼은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그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그를 안았다. 이안은 갑작스러운 레이첼의 행동에 꽤나 다오항한 듯 보였다. 레이첼은 이안의 넓은 가슴에 안겨 흐느껴 울었다. 아주..아주 슬픈 꿈을 꿨어.. 그 슬픔이 너무 가슴에 와닿아서..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이렇게 깨어있어도. 이렇게 깨어 있어도 눈물이 멈추질 않아.. 이안...이안..가슴이 너무 아파.. 마치 내일 같이.너무 생생해서..너무 가슴이 아파... 그래..쉬 ..울지마.. 무슨 꿈을 꾼거지. 너무 슬픈데. 눈물 나는데. 그런데. 그 꿈이 어떤 내용이였는지..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마치 기억속에 안개가 껴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생각나지.않아... 그냥..눈물이 흘러.. 그래..그래.울지마...착한 나의 레이첼... 이안은 연신 레이첼의 등을 토닥여주였고. 레이첼의 흐느낌은 점점 작아들어갔다. 그리고 레이첼은 이내 색색 거리며 낮은 숨을 토해냈고, 잠이 들어 있었다. 몇일을 그렇게 자놓고는 아직도 더 잠이 남아있는 것인지 깊게 잠든듯 보였다. 이안은 한숨을 쉬며 레이첼을 곱게 침대 위에 눞혀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작고 고운 손을 들어올려 입맞췄다. 잘자..나의 공주님. . . . 그뒤 레이첼은 꼬박 3일후에 깨어났다. 그리고 레이첼은 달라졌다. 다른 그 누구도 알아차릴수 없는 미묘한 변화였지만 이안만은 뼈져리게 느낄수 있었다. 레이첼은 다른 사람 앞에서는 평소와 다를바 없는 말괄량이 소녀였지만 이안앞에서는 확연히 달라졌다. 갑작스레 요조숙녀라도 된 듯 조용해졌고 또 그를 피하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의야하게 생각하던 이안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초조해지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레이첼이 자신을 피한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새장속에 가둬버리고 싶을 정도로..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선 사람이 자신을 피한다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였다. 그날도 이안은 레이첼의 알수없는 행동에 잔뜩 열이 올라있던 상황이였다. 잠깐의 짬이나 레이첼을 찾았던 이안. 연무장에 갔다는 에밀리의 말에 이안은 레이첼을 부르겠다는 에밀리는 저지하고는 직접 자신의 발로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다정히 웃고 있는 클라온과 레이첼을. 물론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일방적으로 클라온이 레이첼에게 당하고 있었다. 콩깍지가 씌인 이안의 눈에는 그들은 너무나도 다정해 보였다. 일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난 이안의 눈에서는 불같은 분노가 솟았다. 그는 당장 레이첼과 클라온에게 다가가 레이첼의 옆에 바싹 붙어있는 클라온을 떼어버리고 싶었다. 물론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바이다. 클라온은 죽어라 도망가고 그런 클라온의 행동에 레이첼은 히죽히죽 웃으며 일명 악마의 미소를 뿌리며 바싹 붙어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던 이안이 그자리에 섰다. 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힘이 들어간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안은 그대로 뒤돌아서 미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질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질투는 사람을 어리게 만든다. 질투는 사람을 유치하게 만든다. 이안은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는 자꾸만 집착적으로. 자꾸만 어린아이같이 변해가는 자신을 추스렸다. 아마도 오늘밤엔.. 술없이 잠들수 없는 밤이 될듯 싶다. 보름달이 밤 하늘 가장 높은 곳에 걸려 있는 깊은 밤. 이름을 알수없는 새가 울어대고 스산한 밤바람이 대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지나가었고.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나뭇잎들은 사사사 하고 지저귀고 있었다. 어두운 방. 몇개의 촛불만이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촛불로 인하여 붉그스름한 방안에는 한 남자가 잘 세공된 유리병에 있는 액체를 잔에 들이붓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장인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잔에는 보리빛깔의 술이 찰랑이고 있었다. 연거푸 술잔을 기울이던 남자는 누군가의 이름을 읊었다. 아르미 아무도 없었던. 오직 남자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방이였지만 누군가의 이름이 불러지자 마자 남자의 앞에 검은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월영의 단장. 아르미였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처음 본순간. 사랑에 빠진다는 것을 믿는가 예.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르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번도 자신의 냉철하고 차가운 주군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듣지 못했다. 그는 그만큼 무거운 직책에 있는 사람이였고, 왕실자체에서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란 쉽지 않았다. 사랑이라니..사랑이라니..아르미는 이안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 안어울린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처음보았을 때부터. 날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날 위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도.. 속은 아무도 채워줄수 없는 날위해.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떠나려고 하는구나. 내 마음은 알지도 못한체..후후. 사실은 이것이 사랑인지 모르겠구나. 하지만..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나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다른이와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으면.아니 웃지도 않았으면. 아니지.그냥 새장에 가둬버리는 것이 좋을까. 날아가버릴까봐.두렵다. 다른 이들처럼.날 떠나가버릴까봐 두렵다. 너무나도 자유로운 새처럼.그렇게 훨훨 날아가버릴까봐.난 두렵구나. 처음부터 반한다는 것.아니 사랑을 한다는 것.. 그런것이 이렇게 힘든 것일까. 처음 보았을 때부터..내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마치 예전부터 사랑했던 사람처럼. 그렇게 빗속에 녹아들듯.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그녀는 나를 보지 않는구나. 보기는 커녕..오히려 나를 피하는구나.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그렇게 매력없는 남자였단 말인가.후후후.. 나도 나름대로 여자에게 인기있다고 생각했는데..그게 아니였군. ..주..주군. 처음으로 이렇게 흐트러지는 이안을 보게되는 아르미는 당혹스러웠다. 언제나 냉철하게 이성을 유지하던 자신의 주군은 더이상 이자리에 남아있지 않았다. 한 인간으로써. 한 남자로써의 모습. 처음보는 모습이였지만 그 생소한 모습이 이전의 모습보다 훨씬 좋아보인다고 생각하며 아르미가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주군은 휼륭하신 분입니다. 나중에..아니.만약에.다른 사람과 똑같은 생활로 돌아가 한남자를 선택해 평생을 살게 된다면. 주군같은 분을 택할 것입니다. 물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만요. 아르미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러자 이안은 시니컬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잔을 기울였다. 아앗 한참 시간이 지나고. 아르미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눈에 무언가가 들어가 따끔따끔한 통증에서 오는 비명이였다. 왜 그러지 죄.죄송합니다. 잠시 눈에 무언가가. 아르미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조아렸다. 주군앞에서 이런 실수를 하다니.. 스스로가 생각해도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아르미는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눈가를 비볐다. 하지만 무언가 모르는 이물질은 눈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봐. 어느새 아르미의 앞에 다가선 이안이 아르미에게 명했다. 그리고는 손수 아르미의 눈을 불어주었다. 아르미는 그런 이안의 행동에 부담을 느꼈지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기에 잠자코 있었다. 흔치않았다기 보다 처음있는 일이였기에 조금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였다. 탁 갑작스레 방문 닫히는 소리에 아르미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미세한 소리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재빨리 복도로 나가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였지 죄송합니다. 잘못 들은 모양입니다. 그래. 이만 물러가봐. 예. 주군. 아르미는 목례를 한 후 그림자처럼 사라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창문을 뚫고 방안으로 흘러들어온 달빛에 이안의 은색머리카락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21 정말..가끔 누가 노동자 이고 누가 채용자 인지 의심스럽다니까. 누가 깐깐한 아줌마 아니랄까봐.우씨. 투덜투덜 레이첼을 투덜거리며 기나긴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밀고 무언가를 들고 가는 레이첼. 그녀는 이안에게 가고 있는 중이였다. 사실 이상한 일을 겪은 후에 레이첼은 이안을 피하고 있었다. 왜 자신이 이안을 피해야하는지 아직도 납득할수 없었지만. 그이유는. 바로..이안의 앞에만서면 주체할수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심장 부근이 욱씬 거렸고, 눈시울이 시큼거렸으며 코끝이 찡해졌다. 터질 듯 뛰어대는 심장때문에. 그의 얼굴을 차마 볼수가 없었다. 여태껏 그런적이 한번도 없었건만. 자신에게는 그저 오만방자한 한 나라의 어린 철부지일 뿐인데. 그 이상한 인간.아니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를 만난 후. 그리고 정신을 잃고 이상한 꿈을 꾼 후부터. 그의 얼굴을 똑바로 처다볼수 없었다.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눈에 눈물이 고여서 황급히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자존심때문에.그의 앞에서 우는 모습을 또다시 보이기는 싫었다. 이런게...도대체.뭐지. 레이첼은 해답을 찾지 못한체 엉뚱한 길로 빠져 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이렇게 뜨겁고 눈물겹고 아름다운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그랬기에....그것이... 사랑 이라는 것을.깨닫지 못했다.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린 것은 그들을 가장 가까이서 그리고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에밀리였다. 레이첼과 에밀리의 관계는 그저 주종관계일 뿐이였지만. 레이첼은 무의식적으로 어머니처럼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에밀리는 마치 레이첼의 어머니가 되는 것마냥 레이첼을 대했다. 그 둘의 어색한 사이를 알아챈 에밀리는 하루종일 레이첼을 닥달해 그녀에게 다과를 안겨주며 방에서 내쫒아버렸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시녀인지.정말 구분가지 않던 부분이였다. 정말 완벽하게도 오늘 이안이 어느 곳에 있는지까지 몽땅 알아낸 에밀리는. 정말정말정말 친절하게도 상세하게 그려진 왕궁 지도를 레이첼의 손에 움켜쥐어주었고. 레이첼은 어쩔수없이 이안이 있다는 곳으로 향할수 밖에 없었다. 기나긴 복도를 지나. 빨간색으로 X자 표시가 된 곳에 거의 다 다른 레이첼. 그녀는 문 앞에 서서 한번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이 발작하지 않기를. 사과보다 더 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이 그렇게 되지 않기를. 알수없는 슬픈 감정이 밀려와 눈물이 흐르지 않기를 바랬다. 심호흡을 하고 난 뒤 레이첼은 천천히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그리고. 탁 ... 레이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 벽에 붙었다. 그리고 얼굴의 일부분만 살짝 내밀었다. 한 여자가 복도를 두리번 거린다.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 시선을 거두고 완벽하게 몸을 숨겼다. 그녀는.아르미였다. 아르미는 굉장히 실력있는 어쎄신이였지만. 그녀가 인간도 아닌 레이첼의 기척을 잡아내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였다. 숨기를 원하는..인간이 아닌 천인인 레이첼을 잡아낼수 있는 사람은 세상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레이첼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반쯤 풀린.아주 슬픈 눈동자를 하고는 힘없는 걸음을 옮겼다. 분명...키스..하고 있었어.. 레이첼이 조금 열린 방문으로 본 것은. 한 여자. 그리고 그녀와 얼굴을 겹치고 있는..아주 조금 보았지만. 삐쭉이 삐져나온.....은발.. 레이첼은 조용히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자신에게..아주 달콤하게 속삭이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거칠게 강렬하게 훔치던 입술이. 다른 여자의 입술과 닿았다. 그녀는 한순간 진공상태에 빠졌다. 그 무엇도 생각할수 없었고, 그 무엇도 떠올릴수 없었다. 오직 파노라마처럼 그 장면만이 머릿속을 뱅뱅 맴돌뿐. 레이첼은 소매로 거칠게 자신의 입술을 북북 닦았다. 마치 더러운 것이 묻었다는 것 마냥. 레이첼의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한참을 복도에 서서 입술을 훔쳤다. 입술이 부어오를 때까지.그리고 그 입술이 찢어져 붉은 피가 흐를 때까지.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이미 찢어져 피가 고인 입술 사이로. 신음처럼 흘러나온 원망. .흐윽.나쁜놈...나쁜..나쁜놈... 그렇게..그녀는 한참을 울었다. . . . 오늘은 대륙내의 가장 유명했던 마법사인 루토나아라는 마법사에 대해서 배우겠습니다. 그는 샤이나 국의 황실에서 제 13왕자로 태어났습니다. 그때 당시의 샤이나 국은 반란의 조짐으로 인하여 굉장히 인심이 흉흉하고, 연이어 터지는 대형 사건들속에서 딱딱하기 그지 없는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왕자로 태어난 루토나아는 왕좌 자리에는 전혀 욕심이 없는 사람이였습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특출나게 마법에 재능이 있었고, 마법은 그의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사람들은 루토나아가 제 13왕자라는 것보다는 위대한 마법사라는 칭호를 붙여 불렀지요. 그가 왕자라는 사실을 아는 평민은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마법사로써의 그의 명성은 온 대륙에 떨쳤습니다. 성격상 욕심이 없고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으며,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세상을 널리 이롭게 만들었던 루토나아. 그에 대해 역사책에서는 그를 진정한 현자라고 서술했습니다. 그가 죽은 뒤 10년 후 샤이나국은 콘탄틴국과 필릅왕국으로 나뉘어질 때 그가 서술한 마법서와 그가 남긴 모든 유물들은 콘탄틴국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가 쓴 책을 바탕으로 하여 콘탄틴국은 대륙에서 알아주는 마법국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루토나아는 3명의 제자를 두었는데, 2명의 제자는 그 명맥이 끊겨 흔적도 없이 역사속에 사라져버렸고, 루토나아의 명을 잇는 한명의 제자는 현시대까지 이어져내려와 콘탄틴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의 명을 잇는 사람이 바로 콘탄틴국의 왕실 마법사 크리스입니다. 그는 현재 82살의 나이로 8클래스에 도달해 있고 파라온 대륙의 마법사중 차원이동술에 가장 능한 마법사로 유명합니다. 차원이동술 멍하게 아키나르의 설명을 듣던 레이첼이 다시 물었다. 그러자 아키나르는 의외라는 듯이 레이첼을 처다보았다. 그녀는 수업이 시작하기 전부터 멍 한 상태로 수업은 커녕 중간중간 아키나르가 내뱉는 농담에도 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것인지 가끔 한숨을 내쉬며 한번도 입을 떼지 않던 레이첼이 차원이동술 이라는 것에 입을 열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는 파라온 대륙외에 무긍무진하게 많은 차원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차원이동술이란, 차원과 차원을 넘나드는 마법을 말합니다. 그 어떤 이도 성공해본적없는 미지의 영역이지요. 크리스는 그런 차원이동마법을 몇십년간 연구해왔고,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마법사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럼.어디로 가야 크리스란 마법사를 만날수 있지 아..그거야 콘탄틴왕국의 마법아카데미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다음 대의 제자를 찾기 위해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아키나르는 유난히도 관심을 보이는 레이첼의 행동에 의야함을 느끼며 다음 폐이지로 넘어갔다. 아키나르는 열성적으로 레이첼에게 지식을 전달코자 했지만 그녀의 정신은 이미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후였다. 콘탄틴이라. 그곳에서.크리스라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지구로 돌아갈수 있는걸까. 레이첼..지구에서의 이름은 한지수. 그녀는 지구에 있는 가족들이 그리웠다. 가끔 싸우시기는 했지만 사랑으로 똘똘 뭉치신 부모님. 항상 자신을 구박하던 친오빠. 그래서 매일 티격타격 했던 남매. 너무나도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다시 지구로 돌아가면.정말 효도하고.오빠에게도 잘해주고 싶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고향에 대한 향수로.지독한 외로움과 그리움이 감돌았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22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레이첼과 이안. 언뜻보면 아무일도 없어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레이첼은 왕립 도서관에 처박혀 차원이동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바빴고 이안은 자신이 흐트러진 틈을 타 기어오르려는 귀족들을 타도하기 바빴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 그렇게 서로의 마음에 응어리가 질 무렵. 레이첼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안의 부재. 그는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왕성에서 나와 신전에서 한 시간에서 약 두 시간정도를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붉은 달..오늘은.지독히도 시린 붉은 달이 뜨는 날이였다. 예로부터 붉은 달은 달의 여신의 저주라하여 두려워 했다고 한다. 달의 여신 세르니티는 한 인간의 남자를 몹시 사랑했다. 그녀는 그를 위해 신으로써의 운명을 버릴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변심의 동물.. 그는 세르니티를 버리고 다른 인간의 여자에게로 떠나버렸고..세르니티는 혼자 남게 되었다. 변함없이.깊은 사랑은. 커다란 증오로 변하였고, 달은 지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지상세계는 어둠에 물들었고 빛하나 없는 밤에는 어두운 기운 때문에 마물들이 세상을 어지럽혔다. 지상세계는 혼란에 휩쌓였고, 보다못한 신들이 나서 그녀를 찾았다. 어둠속에 꽁꽁 숨어버린 그녀를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였다. 결국 어둠의 신이 그녀를 찾아내어 설득하였고 그녀는 마지못해 지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제서야 지상은 본 모습으로 돌아갈수 있었다. 하지만 세르니티는 아직도 그 일을 잊지 못하여 1년에 단 하루. 그가 자신을 배신한 그날. 그의 배신감에 대한 분노와 원망, 그리고 그를 미워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였다. 아름다운 은색 머리카락은 붉은 색으로 변하고. 아름다운 은색 눈동자는 핏발선 핏빛의 눈동자로 변하였다. 그리고 그녀는.하염없이 피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런 세르니트를 가엾게 여긴 날씨를 관장하는 신 에클립튼은 그녀의 눈물을 가려주기 위해 비를 내리고. 그 비가 넘쳐 이맘때에는 홍수가 터진다. 그렇기에 슬픔에 젖은 세르니티를 달래기 위해 그녀의 신전으로 왕이 직접 가서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그 정도로 붉은 달의 재앙은 엄청났다.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의 홍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이날은 세르니티가 인간에게 배신당한 날.. 연인이 헤어진 날이라 그런지 붉은 달을 보면 사람들은 알수 없는 충동에 이끌린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들 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창문에 검은색 커튼을 달아놓는다. 연인들이 가장 많이 헤어지는 날.. 1년의 14이상 올 비가 한꺼번에 떨어지는 날. 저주받은... 붉은 달이 뜨는 날. 절대 창가로 가시면 안되요 아시겠어요 레이첼님 달을 보시면 안되요 하하하 에밀리도 참 내가 어린애인가 뭐 걱정말고 가서 잡시다 무슨 생기시면 부르시구요. 편히 주무세요. 에밀리는 사고 뭉치에 천방지축인 주인을 걱정하며 몇번이나 달을 보지 말라고 당부하고는 방을 나갔다. 레이첼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잠시후 사방이 조용해지고. 침대에 누워 잠들줄만 알았던 레이첼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조심스럽게.그러나 재빠른 걸음으로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레이첼은 가장 수수한 옷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런 정리없이 이리저리 바닥에 널부러진 옷들. 레이첼은 가장 수수한 옷을 찾고 또 찾아보았지만..그런 것이..처음부터 있을리가 없었다 아무리 수수한 옷이라도 평민이 입는 옷의 재질과 귀족이 입는 옷의 재질은 차원이 다르다. 결국 평범한 옷 찾기를 포기한 레이첼은 그나마 가장 수수한 흰색 옷을 꺼내들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레이첼은 다시 방으로 가 보석함을 열었다. 하얀색의 금색 테두리가 둘러져 있는 여성용 주머니에 집히는 보석들을 이것저것 챙긴 레이첼은 미리 준비해 놓았던 얼굴 가리게와 지도를 넣고 주머니를 꽉 졸라맸다. 그리고 벽에 걸려져 있는 장식 용 칼중 가장 좋아보이는 칼자루 하나를 떼어내어 허리춤에 찼다. 옷으로 칼을 잘 가린 레이첼은 검은색 커튼을 젖히고 유리문을 밀고 밖으로 나갔다. 붉은 달. 지독히도 시리고.아름답지만 섬뜻한.붉은 달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어둠... 붉은 달이 뿜어내는 핏빛 외에는 모든 것이 어둠이였다. 레이첼은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인어의 눈물 을 빼냈다. 그러자 펄럭 하는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날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개는 붉은 달에 물들어 약간 불그스름해져 있었다. 미리 준비해둔 목걸이에 반지를 껴놓고 다시 자신의 목에 걸은 레이첼은 한참동안 붉은 달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곧 무언가를 굳게 결심한 듯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곤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날개짓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펄럭이던 날개는 점점 속도를 박찼다. 곧 날개는 바람을 일으켰고, 레이첼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처음 밖에서 시도해보는 날개짓이였지만 레이첼은 전혀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았다. 마치 이 느낌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그녀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공중에 떠오른 그녀는 하늘을 날았다. 마치 자유로운 새처럼..여신이 지상에 강림하는 듯이.. 자체적으로 빛을 발휘하는 날개는. 붉은 달에 젖어가며.그렇게 하늘을 비행하고 있었다. . . . 달칵 한편, 레이첼의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예상보다 신전에서 일찍 돌아온 이안이였다. 그는 잠시 레이첼의 얼굴이 보고파 그녀의 방을 찾았다. 이 시간이면 틀림없이 레이첼이 잠들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이안. 레이첼의 침대에 다가선 이안은. 깜짝 놀랄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 있지 않았다. 그의 예상은 빗나간 것이다. 이안은 불안한 마음에 방 안 곳곳을 뒤졌다. 심지어 욕실과 드레스 룸까지 뒤져보았지만 그녀의 머리카락 한올도 발견할수 없었다. 마치 수증기처럼 하늘로 증발해버린 것처럼.레이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널부러져있는 옷들과..열려진 보석함.자리에 있지 않는 장식검..그리고..열려져있는 테라스의 문. 검은 커튼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순간 이안을 깨달았다. 그녀가..자신이 떠나갔음을.. 붉은 달을 보면 사람들은 알수 없는 충동에 이끌린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다고 한다. 레이첼.. 그녀는. 이안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준 것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23 붉은 달이 지고.. 새벽의 동이 터올 무렵. 수도에는 봉쇄명령이 떨어졌다. 일찍 일어나 여행차비를 하고 나선 사람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명령 불복종죄라는 보복뿐이였다. 귀족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모두 왕에 처사에 불만을 가졌지만 누구도 밖으로 표출할수 없었다. 왕의 권력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 누구도 함부로 할수 없는.. 모든 이의 위에 군림한 자. . . . 한 허름한 식당. 용병으로나 보이는 사내들 셋이 술을 걸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아침 수도가 잠겼다고 하더군. 들어가는 것은 허용되나 나가는 것은 안된다고 하네. 이제부터 시와 시를 통과할때에는 신원이 확실한 자만이 빠져나갈수 있다는 모양이야. 수도를 잠궈놓고 누군가를 찾는다던데. 금발의 푸른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들은 모조리 잡아간다고 하더군. 대체 무슨 일이길래 갑자기 이렇게 나라를 통제하는 것이지 나라의 큰 대역죄인이라도 도망친 모양이지. 아니 자네들. 못들었나 무엇을 말인가 한 사내의 말에 두 남자는 조그마한 눈을 땡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그러자 사내는 주위를 휙휙 둘러보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휘 몸을 낮추고 조심스레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글쎄. 왕이 한 여자한테 아예 미쳤다더군. 이번에 그 여자가 성에서 도망을 쳐서 불같이 화가난 왕이 수도를 아예 잠궈버리고 그 여자를 찾는다는거야. 아주 미쳤다더군 예끼 이 사람아. 그런 허무 맹랑한 이야기를 믿는건가 누가 한 나라의 왕을 마다해 게다가 폐하께서는 여자에게 목석같기로 유명한 분이 아니시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만. 여자를 찾는다는 점이 수상하지 않은가 됐네. 이사람아. 어디가서 그런 헛튼 소리하다 잡혀가지 말고 입조심하고 다닙세. 이어 남자들의 대화주제는 다른 것으로 바뀌었고 뒤에서 잠자코 듣고 이던 여인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하얀색의 하늘거리는 옷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다들 힐끔거리며 정체불명의 여자를 처다보았지만 처다보기만 할뿐 쉽게 접근하지는 못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베일은 신비감을 더해주었고 사푼한 걸음거리는 우아했다. 딱 한눈에 보아도 귀족의 자제이거나 어느 여신의 신관이라도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커다란 보석상점으로 들어갔다.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종업원의 어서옵쇼. 하는 인사말이 들려왔다. 무엇 때문에 방문 하셨습니까 종업원은 굉장히 교육을 잘 받았는지 친절하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 레이첼은 아무 말없이 주머니를 꺼내어 그 안에서 보석하나를 꺼내보였다. 레이첼이 꺼내든 보석은 커다란 루비에 그 주변에 다이아몬드가 박혀져 있었고 순 금링으로 된 화려한 반지였다. 그것을 받아들어 요리조리 살펴보던 종업원은 사색이 되어 사장을 불러오겠노라 말하고는 황급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곧 인상좋게 생긴 전형적인 아저씨 한명이 급히 뛰어나왔고, 레이첼은 사장의 안내로 인해 접대실로 향했다. 접대실은 꽤나 화려하고 분위기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나. 바닥에 깔려있는 부드러운 양탄자,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사슴박제에 고급 촛대와 우아한 가구들까지. 여느 귀족들 못지않게 잘사는 집임이 틀림없었다. 두 사람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안락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기묘한 신경전과 함께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 . . 잭에게 일생일대의 커다란 기회가 찾아왔고 그런 기회를 놓칠 그가 아니였다. 하지만 기회와 함께 온 여자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다. 드워프의 작품. 인간이 아닌 땅딸만한 꼬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손이 굉장히 투박하고 섬새하여 물건 세공을 아주 잘하는 척척박사였다. 그들의 숫자는 극히 적고 인간 세상에 나오는 일이 별로 없어 평민들이 만져보기란 하늘의 별따는 것 같이 어려운 일이였다. 그런 드워프의 작품이 그의 눈앞에 있다. 그것도 엄지손가락만한 루비와 최고급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최상품의 반지가. 잭의 재산을 모두 탈탈 털어서 사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물건이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보석에 대한 열의 가 있었고 그 보석을 어떻게든 쉽게 꿀꺽해서 다시 비싸게 팔아보고픈 상인으로써의 모험심 도 강했다. 어떻게 해서든 반지의 주인을 살살 구슬려 반지를 손에 넣고 싶었다 700골드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000골드요. 하지만 1000골드라니요. 그런 엄청난 돈을 감당해낼 보석상은 없습니다. 800골드로 합의보심이. 그냥 가겠어요. 레이첼은 그자리에서 주저함없이 일어났고 잭은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잡아 이끌어 앉혔다. 아.알았습니다. 그럼 950골드.더..더이상은. 흠..그럼 그렇게하죠. 제가 양보하겠어요. 잭은 웃으며 돈을 가져오겠노라 했다. 사실은 속으로 투덜대긴 했지만 이정도면 잭에게 손해인 거래는 아니였다. 적어도 1500골드는 받고 팔수 있을 것이다. 레이첼에게 돈을 건낸 잭은 또다시 거래를 해달라며 은근슬쩍 그녀의 손을 잡았고, 레이첼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가려진 베일로 잭에게 보이지는 않았다. 거래를 무사히 끝낸 레이첼은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왔다. 한곳에 오래 머물고 있는 것은 도망자 의 신세인 그녀로써는 그닥 좋은 일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950골드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주머니속에 넣은 레이첼은 묵직해진 주머니에 흐뭇해하며 길을 거닐었다. 950골드.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였다. 어떻게 평민 출신인 잭이 그렇게 돈을 모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평민들은 일평생 10골드 이상의 돈을 만져본다는 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니였다. 하루에 4실버를 벌어 그날그날 먹고 사는 평민으로써는 가당치도 않은 액수였다. 유명한 용병이나 상인이 아니라면 꿈도 꿀수 없었다. 그렇게 레이첼 돈단지를 들고 여관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 . . 음 돈도 생겼고. 오늘은 좀 좋은 여관에서 머물러볼까 레이첼은 가장 좋아보이는 여관을 대충 점찍어놓고 그 곳으로 들어갔다. 안은 굉장히 깔끔하고 깨끗했는데, 귀족들이 전용으로 머무는 여관이였다. 그런 곳에는 아무나 들어갈수 없었다. 특히 평민들은 아주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로 들어갈수 없는 곳이였다. 그런 것을 알리가 없는 레이첼은 그곳에 아무거리낌 없이 들어섰고, 그녀의 옷차림과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짓눌린 주인은 레이첼이 신관인줄만 알고는 그녀의 길을 막지 않았다. 네 어서오세요. 하룻밤 묵고갈 예정입니다. 예, 1골드입니다. 더 필요하신건 없으신가요 아 그리고 저녁식사를 준비해주세요. 1골드 50실버 되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주머니에서 2골드를 꺼낸 레이첼은 50실버를 거슬러 받았다. 그녀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식당에 갔고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레이첼이 자리를 잡자마자 다른 직원이 달려와 메뉴판을 건내주었다. 아무거나 주세요. 아. 신관님. 채식만 드시겠습니까 예 아..음..그렇게 해주시던가요. 네, 여신님께 축복을. 여신님의 축복을. 직원이 두손을 모아 맞대고 고개를 숙였다. 덩달아 레이첼도 그에게 똑같이 답해주었다. 아마도 그녀의 옷차림과 분위기에 신관인줄만 착각한듯 보였다. 직원이 가고 테이블에 혼자남은 레이첼. 뭐. 내 입으로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레이첼은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24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데, 어디서 하하 호호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그 곳을 바라보니 한 남자를 둘러싸고, 여러명의 여자들이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고 있었다. 남자는 훤칠한 외모에 능수능란한 언어구사를 펼치며 여자들을 즐겁게 하였고, 여자들은 그의 말솜씨와 그의 외모가 즐거운지 계속하여 웃었다. 전형적인 바람둥이 스타일의 남자는 여자라면 한번쯤은 더 처다보게 하는 외모를 지녔지만 이미 내성에 강화된 레이첼은 무심한 눈길로 잠깐 처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음식은 오랜시간이 흐르도록 나오지 않았다. 종업원이 달려와 음식의 재료가 떨어져서 사러갔다고,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레이첼은 괜찮노라 했다. 그리고 종업원이 뒤돌아서서 가는데 조용하던 식당에 소란이 일어났다. 거기 왜 그렇게 떠들어 이 알프레도 님께서 식사를 하시는데 말야 그는 거칠게 의자를 발로 차버렸다. 울퉁불퉁하게 난 여드름과 기름진 피부와 돼지코, 뚱뚱한 몸체가 여자에게 절대 인기 있을수 없는 스타일의 남자였다. 어린것이 벌써부터 여자를 끼고 공공장소에서 뭐하는 짓이야 새파랗게 젊은 놈이. 그는 연신 콧구멍을 벌렁벌렁거리며 콧김을 내뿜었다. 무엇이 그를 그리 화나게 만들었을까. 여자들의 웃음소리나 남자의 목소리는 그닥 크지 않았고, 눈살을 찌푸릴정도로 불쾌한 행동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귀족으로 보이는 남자는 씩씩 거리며 분을 참아내지 못했다. 뭐예요 당신 왠 추남이. 뭐.뭐라구 한 여인이 무심코 흘린 말이 그에게 자극이 되었는지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레이첼은 너나 조용히 하시지 라고 말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거렸지만 꾹 참았다. 식당은 소란스러웠고, 바람둥이가 말로써 돼지판 알프레도를 가지고 노는 것으로 사태는 흘러가고 있었다. 종업원들과 여관 주인은 혹여라도 귀족들의 심기를 건들일까봐 아무말 못하고 구석에 처박혀 안절부절 못하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곧이어 레이첼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싱싱한 야채와 과일들은 멋갈스럽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사실 레이첼은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먹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지만, 인간일때의 습관이 몸에 베어 있어 굳이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 것이였다. 레이첼은 포크로 붉게 잘 익은 사과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걸리적 거리는 베일을 벗어야하나..하고 잠시 고민해야만 했다. 변장 도 했겠다, 하여 망설임없이 베일을 벗고 곱게 옆으로 체워놓은 레이첼. 그녀는 무심하게도 자신에게 쏘리는 시선들을 무시한 채 과일들을 야금야금 씹었다. 소란스럽던 식당이 조용해졌다. 그 덕분에 뚱뚱이도 입을 다물었다. 아니 정확히 그녀으 외모에 입을 열수가 없었던 것이지만.. 탄력있고 윤기있는 검은색 머리가 찰랑였고, 수심깊어 보이는 청명한 푸른 눈동자. 음영이 드리워질정도로 긴 속눈썹과 끝이 살짝 동그스름하여 오똑히 선 코, 붉은 선혈을 닮은 입술에 마치 진주를 갈아 곱게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고운 피부. 그녀는 모든이들의 시선을 받기 충분했다. 팔을 들어올리자 여기저기서 숨을 죽이고 바라본다. 포크를 들고 과일 조각을 들어올려 천천히 입으로 가져간다. 오물오물 거리는 모양새가 꽤나 귀엽게 느껴진다. 다들 넋을 두고 간간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과일이 되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망상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편 레이첼은 몸이 뚤릴듯이 강력한 눈빛에 흠칫 놀라 두리번 거렸다. 그 많은 사람들이 처다본 것은 눈치채지 못한 레이첼이였다 그리고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붉은 눈에 붉은 머리가 굉장히 인상적인 사내였는데, 날카로운 기운에 옆에 있으면 온몸의 솜털이 쮸삣쮸삣 곤두서는 것 같은 차가운 이미지의 남자였다. 그리고 레이첼은 한순간 무언가를 보았다. 뱀같이 번들거리는 노란눈과 붉은 색의 거대한 무언가를. 레이첼은 흠칫 놀라여 눈을 비비곤 다시 처다보았지만 그 곳에는 그 남자 뿐이였다. 환각.인가 라고 중얼거리며 포크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다시 베일을 썼다. 레이첼은 몇일전에 염색을 했다. 이 세계에서 염색이라는 것이 있기는 했다. 비록 그것이 나무 즙을 짜내어 물을 들이는 아주 고전적인 방법이였지만. 원래 그녀의 머리카락색인 검은색. 막상 염색을 할때에는 황금색이 매우 아까웠지만 하고 나니 검은색이 그렇게 정겨울수 없었다. 하지만 염색은 하루를 가지 못했다. 아침만 되면 다시 황금색으로 변해버렸다. 이 시간이면 끝부터 색이 빠질 시간이기도 하고, 그리고 자꾸만 끈질기게 따라오는 시선에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그녀가 일어서자 종업원이 달려와 그녀를 방으로 안내했다. 방으로 들어선 레이첼은 우선 갑갑한 베일부터 벗었다. 하루종일 쓰고 있어도 전혀 적응되지 않았다. 후아 이제 숨통이 트이는군 이거.다른 옷을 사던지 해야겠어...에킁. 레이첼은 밑이 잔뜩 끌려 더러워진 옷을 보며 투덜거렸다. 성에서 빠져나온지 몇일이 지났다. 레이첼은 뛰어난 적응력과 한국인 특유의 근성 으로 경비가 삼엄한 수도의 경비를 겨우 뚫고 빠져나와 콘탄틴 제국으로 향하는 그 첫번째 도시로 올수 있었다. 날개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수도에서부터 붙잡혔을 것이다. 야밤에 날아서 성벽을 넘어 빠져나온 것이다. 레이첼은 굉장히 피곤했다. 쫓기는 것이 이렇게 힘들줄은 그녀는 미쳐몰랐다. 그리고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미리미리 체력을 많이 쌓아놔야만 했다. 레이첼의 방에서 레이첼이 모아둔 차원이동 마법과 크리스에 대한 자료를 발견한 이안이 콘탄틴 제국으로 빠지는 모든 길목을 봉쇄해버렸기 때문에 레이첼로써는 매우 험난한 여행이 될 것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운 레이첼은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밑층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소음때문에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으면 잠이 올줄 알고 누워있던 레이첼은 더이상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레이첼은 창문 앞으로 섰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 특유의 활발함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하늘 위에서 빛을 발하는 별. 간간히 눈에 띄는 검은 구름.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는 바람이 나무의 머리카락을 쓸고 지나갈 때면, 사사사 하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아무런 동작도. 아무런 말도 없이 그렇게 밖을 응시하던 레이첼이 입을 열었다. 그것은 따스하면서도 무언가 뭉클한 느낌이 나는.멜로디였다. Armida dispietata Colla forza d abisso Rapimmi al caro ciel di miei contenti.E qui con duolo eterno Viva mi tiene In tormento d inferno. Signor Ah per pieta, Lasciami piangere. 아르미다, 무정한자, 그 심오한힘으로 내게서 앗아가 내 모든것은 이제 영원한 고통 지옥의 형벌 다만 내게 남았네. 주여 아 자비를, 울게 버려 두오 Lascia ch io pianga La durasorte E che sospiri La liberta. E che sospiri E che sospiri La liberta. Lascia ch io pianga La durasorte E che sospiri La liberta. 울게 버려주 슬픈 운명에 나 한 숨 짓네 자유 위해 나 한 숨짓네, 나 한숨 짓네 자유 위해 나 한 숨 짓네 자유 위해 Il duol infranga Queste ritorte De miei martiri Sol per pieta,si De miei martiri Sol per pieta 끊어 주소서 고통의 끈을 나의 형벌을, 다만 자비로 나의 형벌을 다만 자비로 Lascia ch io pianga La durasorte E che sospiri La liberta. 울게 버려주 슬픈 운명에 나 한 숨 짓네 자유 위해          울게 하소서 그녀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사방에 부딛치며 널리 퍼졌다. 절절한 멜로디. 지나가던 이 모두가 그녀의 노래에 제자리에 못박힌 듯 서 있었다. 멜로디는 가슴에.심장에 스며들어 차갑게 시린 심장이 붉게 변해서 팔딱거렸다. 미친듯이. 이미 절제력을 잃어버린 심장은 주체하지 못하고 뛰었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멜로디에 따라 느려졌다, 빨라졌다, 했다. 노래는 흘러 온몸으로 퍼졌다. 그리고 몸안의 나쁜 기운들을 몰아내고 피를 맑게하고 나쁜 피를 위로 올려보냈다. 쿨럭. 한 사람이 검붉은 피를 토해내곤 쓰러졌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하나 둘 차례대로 피를 뿜으면서 쓰러졌다. 하지만 레이첼은 그런 사실들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계속해서 천상의 음색을 그려냈다. 이봐, 여기있는 사람들을 다 죽일셈인가 그런 그녀를 저지한 중저음의 목소리. 레이첼은 노래를 멈추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처다보았다.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레이첼이 묵고 있는 방의 높이 만큼 오는 나무에 서있는. 타오를듯 한 붉은 머리칼의 남자를.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준 사랑이다. 하늘이 내려준. 내사랑이다. 날개 달린 너를. 자유로운 너를.. 이렇게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나에게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날개를 꺾어서라도.. 널 가질 것이다. 천사를 줍게 되다 25 누구시죠 그것은 내가 할 말이야. 넌 누구지 레이첼의 손목을 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묻는 남자. 레이첼은 눈만 껌뻑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꺄아아악 순간 거리에는 비명이 울렸다. 한 여인이 피를 토하고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곤 비명을 지른 것이다. 곧 사람들이 몰려왔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야겠군. 남자는 레이첼의 허락도 받지 않은 체 나무에서 훌쩍 뛰어 방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을 깃털같이 가벼워 보였다. 가볍게 방안으로 들어서는 남자의 행동에 당황한 레이첼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뭐.뭐예요. 당신 글쎄.그건 네가 알지 않을까 아까 나의 실체를 보지 않았나 실체. 의야해하던 레이첼의 머릿속에 섬광같이 아까의 영상이 떠올랐다. 뱀같이 번들거리는 노란눈과 붉은 색의 거대한 무언가를. 서.설마..아까 그 붉은 색의. 그래, 폴리모프한 드래곤을 알아보는 인간은 처음이군. 아니 인간이 아닌가 인간 특유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아. 그렇다고 엘프인 것도 아니고, 같은 종족인 드래곤인것 같지도 않고. 이 세계와는 무언가 다른 이질적인 것이 보이는 군. 네 정체는 무엇이지 게다가 인간으로써는 흉내낼수 없는 막강한 신력이라니. .여신이라도 강림한 모양이지 남자는 마지막 말을 매듭지으면서 스스로의 말이 웃긴듯 피식 거렸다. 한편 레이첼은 강력한 펀치를 맞은 듯 얼떨떨해있었다. 드..드래곤 그 전설속에서나 나오는.아니 판타지 소설속에서나 나오던 그 최강의 생물 전설속의 드래곤은 역사속에서도.그리고 최근에도 몇번이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런식으로 치부해버리다니, 기분이 굉장히 나쁘군. 그는 숨김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레이첼 이제서야 판타지 속에서나 나오는 세계에 자신이 와있다는 것을.실감할수 있었다. 이 곳에 온 후로 매일 왕성에 갇혀있듯한 생활을 했으니. 왕성을 빠져나와 레이첼이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모든 것이 생소하고 신기하기만 했다. 드래곤이라니..드래곤이 내 앞에 있다니.. 레이첼이 마치 한번이라도 더 확인해보려는 듯이 중얼거리는데 똑똑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까 레이첼의 작은 비명을 들은 모양인지 종업원이 달려와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레이첼은 문도 열어보지 않고 괜찮노라 하고는 피곤하니 더이상 깨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녀는 위태롭게 걸음을 옮기다가 옆으로 휘청거렸다. 아까부터 온몸이 노곤노곤하고 100일다이어트 1개월다이어트 3주일다이어트 3주폭풍다이어트 3키로다이어트 3킬로다이어트 40KG감량다이어트 40KG다이어트 40대남성다이어트 40대남자다이어트 40대다이어트 40대다이어트방법 1달다이어트 40대다이어트운동 40대몸매관리 40대뱃살빼기 40대복부비만 40대여성다이어트 40대여자다이어트 40대의다이어트 40대주부다이어트 40대주부다이어트방법 40대중반다이어트 1주간다이어트 40분다이어트 40일다이어트 40키로다이어트 44사이즈다이어트 45일다이어트 48시간다이어트 48일다이어트 4KG다이어트 4개월다이어트 4주간다이어트 1주다이어트 4주다이어트 4주다이어트후기 4주단기간다이어트 4주해독다이어트 4키로다이어트 50대다이어트 50대여성다이어트 50일다이어트 55KG다이어트 58KG다이어트 1주단기간다이어트 5KG감량다이어트 5kg다이어트 5개월다이어트 5분다이어트 5월다이어트 5일다이어트 5주다이어트 5키로감량다이어트 5키로다이어트 5킬로다이어트 1주일간다이어트 60KG다이어트 60대다이어트 60일다이어트 6개월다이어트 6주다이어트 70일다이어트 70키로다이어트 7KG다이어트 80KG다이어트 80키로다이어트 1주일다이어트 8KG감량다이어트 8KG다이어트 8주다이어트 8주웰빙다이어트 8키로다이어트 90일다이어트 9주다이어트 가장빠른다이어트 가장빠른다이어트방법 가장빨리살빼는방법 1주일단기다이어트 가장쉬운다이어트 가장좋은다이어트 가장좋은다이어트방법 가장확실한다이어트 가장효과빠른다이어트 가장효과있는다이어트 가장효과적인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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